[무등칼럼]개관 4년…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어디로 가고 있나

@유지호 입력 2019.11.20. 11:28

"건물 자체가 명물이 된 파리의 퐁피두센터가 모델입니다. 도살장이던 곳이 치밀한 건축-예술 프로젝트로 관광명소가 되지 않았습니까.”

지난 2004년 4월, 송기숙 당시 대통령 직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장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성격을 이 같이 규정했다. 2002년 12월 ‘광주 문화수도’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광주·전남에선 정부가 내놓을 청사진에 많은 관심을 쏟던 시기. 백가쟁명식 논의가 ‘퐁피두 모델’을 통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퐁피두센터에 지역 관심·기대 왜?

① 문화 도시 재개발의 모델

② 도시 미래 상징 랜드마크

③ 문화로 도시경제 활성화

공식명칭은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 현대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파격이었다. 빨강·파랑의 설비 배관이 드러나는 철골구조로, 1977년 일반 공개 때부터 많은 논란이 일었다.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졌다. 첫째는 도시재생과 관련해서다. 문화대통령 면모를 보여준 조르주 퐁피두(1969∼1974) 집권 때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은 ‘그랑 트라보(Grands Travaux)’ 사업이 핵심. 문화와 예술시설을 확대한다는게 골자다. 퐁피두는센터는 그 상징이었다. 둘째는 건축사적 의미. 에펠탑·개선문을 넘어,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여준다. 도시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으론 도시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퐁피두 연간 관람객은 300만~800만명. 문화·관광산업 연계를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빅데이터 분석, 장소·기관장·정치인 대부분

문화수도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됐다.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노 전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예향 광주를 ‘문화수도’로 육성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를 도시발전과 연계하는, 7대문화권 조성사업이 나온 배경이다. 이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바로 문화전당. 국내·외 관심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퐁피두모델’에 대한 분석과 벤치마킹은 당연한 수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했다. 문화수도 논의가 시작된 2003년 1월부터 개관 전인 2015년 11월 2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련 보도는 모두 1천137건. 광주·전남·동구·추진단·활성화 ·특별법 등 장소와 정치인·장관, 기관 중심의 키워드들이 연관어·관계도 분석에 나왔다. 이 시기동안, 퐁피두센터 관련 보도는 14건. 퐁피두모델을 바탕으로, ‘민주도시 광주가 문화의 날개를 단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았다.

개관 이후엔 어떻게 바뀌었을까. 문화전당 관련기사 1천430건(’15년 11월∼’19년 11월) 중 퐁피두 관련은 8건. 이 마저도 전시 작품·작가 소개 과정에서 언급되거나 관계자 참석 동정이 대부분이었다. 연관어·관계도 분석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주·ACC·동구·광주비엔날레·문화체육관광부·전남 등 장소 중심. 새로운 기관장 이름 등장하거나 유럽·아시아 국가 간 관계가 생겨났다는 점이 개관 전과 달라진 점이다.


‘퐁피두 모델’은 신기루였나

광주는 절박했다. 전당은 퐁피두를 모델로 했다. 문화를 통한 도심재생의 대표적 사례였기 때문. 광주도 비슷했다. 대표적 낙후도시로 전남도청 이전에 따른 도심공동화가 우려됐던 시기. 하지만 어느 순간 퐁피두는 사라졌다. 그 간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문화전당’ 등을 연구했던 수 많은 용역보고서 등과 함께. 정권교체에 따른 보수정권 등장 등과도 무관치않아 보인다. 도시는 없고, 전당만 남았다. 컨셉과 방향성이 바뀌었다. 문화중심도시를 구현할 핵심시설→ 창·제작자 등 전문가 중심의 문화발전소→ 복합문화시설 등 정권 입맛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

전당은 도시와 단절되기 시작했다. ① 광주 구도심 등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② 광주 미래 상징 아이콘(랜드마크) ③ 문화를 통한 도시경제 활성화 등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워터슬라이드 개장때 근래 가장 많은 방문객이 왔다”며 반색하던 한 전당 직원. 문화·예술, 전시· 공연 보단, 어린이문화원, 하늘마당, 워터 슬라이드, 주차장 등이 부각되는 전당. 앞으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암울하다. 25일 문화전당 개관 4주년을 맞아 관련 포럼과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묻고 싶다. 문화전당은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유지호 디지털미디어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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