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아버지가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MZ세대 '귀농 사부곡'

입력 2021.10.19. 18:47 선정태 기자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⑤구례 산수유 농민 김수현씨
돌아가신 아버지 빈자리 메우려 귀향
1년 농사 100그루, 24시간이 모자라
할게 없어 농사냐, 이런 말에 승부욕
10개월차 새내기 포부는 인식 뒤집기
"MZ세대 소비성향은 MZ세대가 안다"
새 상품 개발하고 SNS 마케팅 매달려
구례 산수유마을 전경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⑤구례서 산수유 키우는 김수현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타지역에서 서비스업에 취업했던 김수현(30)씨는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고향 구례로 귀농을 결심했다. 2남1녀의 막내인 김씨는 어머니 혼자 산수유를 기르고 수확하는 것이 버겁다고 판단, 과감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도와 산수유를 채취했을 뿐, 직업으로서의 농부를 선택해 산수유를 재배·판매할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었다. 단순히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니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덜컥 귀농한 것이다. 그렇게 10개월 차 청년 농부라는 새로운 명함을 갖게 됐다.




◆"농사일 힘들지만 매력 있어"

만 1년도 안된 새내기 청년농부 김씨의 하루는 매일 정신 없이 시작해 순식간에 지나간다. 김씨의 일반적인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기상부터 시작된다. 100여 그루의 산수유 나무를 둘러보고 아침 식사를 하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 9시부터는 농부의 역할보다는 사업가로서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수확한 양을 파악하고 판매처와 거래 물량을 확인한다.

오후에는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시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산수유 농사는 벼농사나 밭농사처럼 매일 작물을 가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초보 농부 김씨는 아직 큰 부담이다.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배웠던 일이나, 부모님이 하셨던 일이 이제야 이해가 되지만 자신이 직접 하는 일이 되면서부터는 겁부터 났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께부터 농사를 시작해 1년이 다 됐지만, 계획만 잔뜩 늘어놓을 뿐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고 걱정과 고민만 크다"며 "1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농부 인식 바꿔놓겠다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층에 산수유를 어필하기 위해 SNS를 통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농사에 사업까지 함께 하려니 늘 시간에 쫓기다시피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농사도 아직 익숙지 않아 '너무 많은 일을 벌인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지만 '젊음이 무기다' 생각하고 도전하고 있다.

주변과 지인들의 우려와 비아냥도 그를 채찍질하는 원동력이다. 그가 귀농한다고 밝혔을 때 지인들은 '네가 농사를 할 수 있겠어?', '할 게 없어 농부 되는 거냐?'는 소리도 들었다.

농부가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게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다방면에서 능수능란하게 일처리 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있다.

김씨는 "농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시가 여전히 강하다"며 "정해진 틀의 업무가 아닌 만큼 스스로 공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청년농부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농업에 종사하면 돈 많이 번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농부와 결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MZ세대가 우리 농업 이끌어야"

산수유 열매는 1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10~11월에 수확한 후 저온 창고에 보관하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즙을 내 판매한다. 수많은 산수유 농가는 수십 년 동안 이런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개별 농가뿐 아니라 마을기업을 꾸리고서도 이렇다 할 유통·판매 경로가 없다 보니 굳이 마케팅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김씨는 마을의 산수유 농가 4명과 마을 기업 '평촌영농조합'을 만들어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김씨는 농사일이 아직도 손에 익지 않은 초보 농부지만, MZ세대 특유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 젊은 그가 직업으로 농부를 선택할지를 고민하면서 '산수유'를 검색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 귀농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같은 세대다 보니 청년들이 산수유에 대해 느끼는 점을 깊이 공감하고, MZ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제 농사에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값싼 중국산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해외 농산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신토불이' 등 감성만을 자극해 국산 농산물을 이용해달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파악했다. 한마디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농사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미친 것이다.

◆ 산수유, 경쟁력 충분한 '블루오션'

김씨는 '산수유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두 가지 과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진액이나 엑기스 위주의 산수유 제품의 다양화 즉, 중년 이상이 찾는 과일이 아닌 모든 세대가 찾는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젊은 세대가 '산수유'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는 '나이 든 사람이 먹는 한약의 한 종류', '산수유를 먹으면 고리타분한 사람' 등 부정적이었고 때로는 기피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산수유 제품에 대한 저변 확대가 절실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군이 많아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는 "산수유 제품 대부분이 엑기스나 진액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며 "그것도 중장년층 이상이 '기력 회복'을 위해 먹는 약의 개념이 강하다. 이를 탈피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제품군 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과립 형태로 만들어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고, 스포츠 음료에 넣어 청소년과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고민해 연구·개발 중이다.

지역 한 대학과 같이 연구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초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오미자나 구기자, 석류 등 비슷한 제품군과의 차별성 부각이다. '빨간 빛나고 새콤한 맛'이 나는 과즙에서 벗어나 산수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키고자 한다.

김씨는 "비슷해 보이는 열매들의 차이점을 알아야 각각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산수유의 차별성을 알리고, 다양한 제품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사를 막 시작한 제 눈에는 수십 년 동안 비슷한 제품만 만들었던 산수유가 블루오션으로 보였다"며 "'이제 막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도전해도 되나'하는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늦어질 거라고 생각하니,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구례가 산수유 성장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어서 다른 지역의 산수유보다 월등히 나은 품질을 자랑한다"며 "다른 면의 산수유 청년농부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산수유 체험관이 포함된 펜션을 지어 산수유의 6차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구례=오인석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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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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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제주와 대기업들, 마케팅·도시브랜딩 '찰떡 깐부'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브랜딩해 성공한 사례다. 제주시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모습.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온리 제주(Only Jeju)라는 브랜드슬로건을 가진 제주도는 슬로건만큼이나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지역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인 몇 안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오히려 제주의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지역과 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아모레퍼시픽이나, 삼다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제주시의 도시브랜딩은 관 주도의 브랜딩이 아닌 지역의 핵심주체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다양한 도시브랜딩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도시브랜드를 잘 갖추면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오설록, 이니스프리, 티뮤지엄…'청정' 제주 효과제주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뮤지엄'. 아모레퍼시픽 그룹 계열사이자 차 분야에서 강한 시장경쟁력을 가진 차 브랜드 '오설록'이 운영하는 차 박물관은 한해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제주 최고 명소이자 문화공간이다. 단지 차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과 '차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6일 10만평이 넘는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최고의 인기 장소다.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소비자라면 꼭 찾게 되는 이곳에는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 기념품 등을 팔고 있었다. 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비누만들기 체험에 집중하고 있거나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은 스탬프 엽서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안 카페에는 한라산 모양을 한 한라산 케익과 제주의 풍경을 담은 티라미수 등도 인기 상품이었다.자녀와 함께 찾은 박지원씨는 "평소 이니스프리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오설록티하우스에 온 김에 들렀다"면서 "제주매장답게 제주다운 인테리어와 제주에서만 파는 기념품이 있어 좋고 스탬프 엽서 꾸미기 같은 것도 있어서 놀다 가는 기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이니스프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브랜딩에 차용해 성공한 브랜드다. 지난 2008년 제주 이미지를 연계한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 그린 뷰티 연구소'를 두고 따로 제주 특화 제품을 개발할 정도다.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스타벅스 등 기업들은 제주도에서만 파는 제품을 통해 자사의 수익과 제주의 지역 관광 매력도를 동시에 올리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토종 삼다수·외인 카카오 본사도 제주 명소로같은 날 제주 조천읍 '삼다수 숲길'. 바로 옆에는 국내 대표 생수업체인 '삼다수' 공장이 있다. 사려니숲길 등 숲길 탐방로가 많은 제주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삼다수 숲길'은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30m 남짓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채운 숲길은 지난 2018년 제주도의 13번째 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기도 했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삼다수숲길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덕분에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 '아이유'가 출연해 관심을 받은 '아이유 포토존'은 최고의 사진 장소였다. 또 숲길 인구에는 수공예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장터도 열려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숲길 시작점에 있는 제주 삼다수 '물 홍보관'은 생수 제조 과정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수 있었다.또 제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은 '카카오'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IT기업인 '카카오' 본사가 제주도에 있게 된 건 카카오와 기업합병됐던 포털업체 '다음'이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본사인 '스페이스 닷원'은 제주의 땅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또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특히 카카오는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감귤, 한라봉, 현무암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제주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외에도 파리바게뜨 또한 제주도에서만 파는 상품을 개발·판매하면서 제주 관광 매력을 높이고 있다.제주 브랜드슬로건 온리제주(Only Jeju).◆기업들이 제주도를 광고한다아모레퍼시픽이나 카카오 외에도 스타벅스 등 유명 기업들은 앞다퉈 제주도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제주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섬, 독특한 지질구조, 오름 등 제주의 천연 자연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딩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소비된 제주도 이미지는 제주도의 도시브랜드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삼다수, 카카오 등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서든 상품을 통해서든 제주도라는 브랜드와 관광객(또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는 것이다.제주도 또한 지자체가 적극 나서면서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슬로건을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주시 자연환경에 맞는 테마파크 등을 적극 육성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이 같은 제주도 사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홀로 도시브랜딩을 끌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민간과 더 다양한 협력과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광주·전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해양조의 경우 '여수밤바다'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여수밤바다' 소주를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자사 대표 소주인 잎새주 알코올 도수인 17.8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16.9도로 낮춰 여수를 여행하는 주 관광객인 젊은층들을 공략하고 있다.특히 한 지역에 탄생한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도 있고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브랜드슬로건보다 때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