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인권도시포럼이 세계적이 된 이유는?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2.10.16. 16:15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 '기후위기와 인권'을 주제로 제12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이 광주에서 열렸다. 올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이 포럼에는 전 세계 111개 국에서 약 1만8천명이 참가했다. 2019년에는 전체 참가자 2천100명 중 235명이 외국인 참가자였고, 이 중 149명이 자비 참가자였다. 2020년 비대면 회의 참가자 2천900명 중 해외 참가자가 1천200명에 이르렀다.

2018년부터는 세계지방정부연합 인권위원회와 2019년부터는 스웨덴의 라울발렌베리연구소가 공동주관을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유엔인권대표사무소와 유네스코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하는 등 10개의 국제기구가 협력하고 있다. 2021년에는 두 유엔기구의 대표가 기조발제를 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축사를 할 정도로 포럼은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고, 광주는 인권도시운동을 세계화하고 또 도시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성공의 이유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세계적인 행사로 빠르게 성장한 것은 이 포럼이 광주의 도시 특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성공의 이유는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이 포럼을 주요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전통이 조직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이는 손쉽게 사장될 것이다.

지역화가 포럼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시작할 때에는 서울 전문가들과 서울 행사 대행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계속 외부 지원에 의존했더라면 포럼은 제자리 걸음을 했거나 사라졌을 것이다. 2014년부터 광주국제교류센터가 이를 주관하면서 행사 운영의 전문화와 지역화에 성공했다. 교류센터가 행사를 계속 주관하면서 지역 전문가들과 지역 단체들의 네트워크가 유지되고 적극 참여도 가능했다. 특히 주제회의를 주관하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시민 참여의 통로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럼은 전국화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올해에는 19개의 타지역 단체가 행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기획위원회 위원장인 김중섭 교수는 경남 진주 거주자이고 서울, 부산, 제주 등 타 지역 전문가들이 기획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화'는 '지역화'의 상호 보완 개념으로 국제 행사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2022년 세계인권도시포럼의 경우, 유엔을 비롯해서 10개의 외국단체 관계자들이 행사 운영자로 또는 참가자로 참여했다. 유엔인권대표사무소에서는 1명이, 유네스코는 5명이 행사 운영을 위해서 광주에 왔고 라울발렌베리연구소에서는 관계자 6명을 비롯해 기타 참가자까지 30명이 광주에 왔다. 세계인권도시연합은 칠레의 산디아고 시장을 비롯해서 9명의 시장단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스웨덴 대사관은 지난 3년 동안 대사가 직접 사회를 보면서 '반부패'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포럼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국내외 기구가 늘어난 것도 행사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은 단순 행사로 끝나지 않고 많은 파생 상품을 만들어 왔다. 2016년에 시작한 인권논문발표회는 전남대학교의 영문학과와 지역개발연구소가 외국의 대학과 함께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코이카 지원을 받아서 해외 공무원 인권교육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는 유네스코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반차별 전문교실(masterclass)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인권 및 국제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020년부터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반차별도시연합(APCAD) 의장도시로 초청 받는 등 그 역할을 늘려 왔다.


◆앞으로의 과제

현재 성과에 안주하는 순간 포럼은 곧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다. 먼저 시민참여를 늘리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포럼이 회의장 내부의 담론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회의를 관련 시민단체와 시청의 관련 부서의 참여를 제도화 해야 한다.

현재 포럼은 같은 규모의 다른 지역 국제행사에 비해서 예산규모가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포럼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교류센터의 회원들이 낸 회비로 올해에도 직원 8명 중 2명의 인건비 등 약 8천만원을 자부담으로 감당하기 때문이다. 포럼을 우리나라의 명품 행사로 계속 키우기 위해서는 규모에 걸맞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까지 확보한 국내외 네트워크 등 포럼의 성과를 기반으로 인권, 교육, 문화, 통상 교류를 늘려야한다. 이 교류를 통해 상대방 도시들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고 또 포용도시로 함께 발전하면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구체적 기여를 해야 한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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