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4일 대전 소재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외부인에 의해 흉기로 피습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선생님을 뵈러 왔다'며 교문을 통과한 후 교무실에 들어와 해당 교사를 찾았고, 수업 중인 교사를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현재 피해교사의 상태가 위중하여 의식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끔찍한 범행현장 및 이후 심각한 출혈상태인 교사의 모습을 학생들과 교직원 등 최소 9명이 목격했다고 한다.
학교에 외부인이 침입한 사건 흉악범죄 사건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서울에서는 운동장에서 학생이 납치되었고, 2012년 초등학교 교내에 외부인이 침입해 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3년 부산에서는 교실에서 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아산에서는 흉기에 찔린 외부인이 교실로 들어와 놀란 교사와 학생들이 긴급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대전 교사피습 사건이 있기 직전, 지난달 전주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다투던 남성이 사망하기도 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범죄사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일어났다. 학교는 누구에게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공간인 것이다.
학교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학교 CCTV설치나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마련된 '학교 지킴이 제도'로는 역부족이다. 학교 지킴이가 교문에서 방문자를 점검하지만, 흉기나 위험물질 소지 여부를 확인할 강제력이 없으며, 방문자가 허위정보를 기록하고 들어가도 막을 수가 없다. 또한 교문을 통과한 후에는 외부인이 학교 어느 곳이든 제한없이 출입할 수 있다.
북미나 유럽의 학교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있고,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교문이 닫혀있다. 신분증을 확인하며, 방문목적이 확인되어야 방문객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내부에 오더라도 교무실이나 교실로 바로 올 수 없다. 프랑스는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개인들의 체육생활을 목적으로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없으며, 교육관련 단체의 활동에만 학교 시설을 개방한다. 중국에서는 학교 개방 시 출입관리를 위해 지문 및 얼굴인식까지 도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조치는 학생, 교사 등 학교구성원의 안전을 위함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학교 그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데에도 목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학교는 교육 본연의 기능보다도 너무나 많은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공공 서비스 기관이다. 교육부는 23년 3월 주민들에게 학교시설을 개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내 건물이나 유휴 부지를 활용해 5년간 200개의 학교에 콘서트홀, 수영장, 도서관, 주차장을 만들어 인근 주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교시설은 이제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공공시설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체육시설 개방과 학교 주차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언론을 통하여 홍보 중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 체육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체육시설개방을 확대하였다. 관내의 학교 중 강당은 185교, 운동장은 231교가 체육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체육시설 미개방 학교에는 시교육청이 직접 방문하여 오후 5시 30분부터 강당과 운동장을 개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 내부의 주차장을 공유하는 '나눔 주차장 사업'을 통해 평일 19시 30분부터 익일 오전까지 지역주민들에게 학교 내부의 주차장을 개방하는 제도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차량 출입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다. 두 사업 모두 정규수업이 끝난 이후 시간을 설정하고 있으나, 학교는 어느 때고 정규수업 이전, 이후 시간에 학생들이 유동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며, 광주광역시교육청의 규칙에도 일몰시간 이후에는 안전을 위해 학교시설의 개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민들은 법에 근거하여 학교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장의 결정에 따라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이나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학교를 개방하면 흉악범죄가 일어날 것이라는 논리적 비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자체의 시설부족 문제를 학교가 동원되어 해결사처럼 처리하는 것에 대한 안전상의 위험을 우려하는 것이다.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학교는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사후처방이 아니라 예방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곳이다. 학생들과 교사의 교수학습공간은 철저하게 본래의 목적으로만 쓰여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역민을 위한 지자체시설이 부족한 근본적 문제를 학교시설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교육청은 무분별한 학교시설의 개방보다도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부터 확보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교육이 먼저이고, 학생 안전이 먼저다. 박새별 광주과학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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