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을 하루 앞둔 저녁, 필자가 가입한 SNS 교과 단체방의 메시지 알림이 갑자기 수십 개를 훌쩍 넘어서기 시작했다. 수업이나 시험 관련 궁금함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면 대략 10개 넘는 새 메시지가 뜨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이 새 메시지가 올라오는 것은 처음이라 놀랍고 궁금한 마음에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SNS에는 이제 갓 2년 차 젊은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 내용과 함께 슬픔과 애도, 젊은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교육 현실을 규탄하고 분노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1주일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대한민국은 이 사건으로 여전히 뜨겁다.
문득 작년 10월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와 인접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한 일이었다. 피고인이 된 교사는 당시 함께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은 물론, 우리 학교에 입학한 졸업생들까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존경할 만큼 평판이 좋은 분이었다. 선생님의 사정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기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선처를 위한 탄원에 마음을 모았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하고, 교사의 교육 활동이 아동학대나 정서학대로 오해되고 비난받으며 교단을 떠나야 할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도, 이웃 학교 선생님의 사건도 모두 내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참담했다. 필자가 2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만 그동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5월 14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교사 만족도 20%대 추락…교사는 어쩌다 '극한직업'이 되었나'라는 기사를 살펴보자.
"교사들은 교직 만족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에 아동학대 등 형사책임을 묻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문제행동에 대한 생활지도(30.4%), 학부모 민원 및 관계유지(25.2%)였다. 교사노조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 민원 및 상담(33.0%),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위험(32.4%)이 담임 기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은폐가 쉬운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교사가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적하거나 제지하는 일까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학교장 판단에 따라 직위해제나 담임 교체 조치를 당하거나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이는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생활지도 포기로 이어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92.9%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아동학대 관련한 교사들의 두려움과 사기저하는 지난 3월 7일 방영된 MBC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에도 잘 나타나 있다.
서이초 사건은 그동안의 누적된 교단의 폐해를 2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웠기에 터져버린 비극의 시작인 것이다.
서이초 사건을 두고 교육단체들은 '과도한 민원 업무 등에 대한 저경력 교사 보호 시스템 수립, 아동학대법을 악용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교사의 방어권 확립,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학교 공동대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서이초 선생님의 비극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기에 아직까지 추모의 분위기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생존권'까지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부디 호소한다.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권을 억누르며 교단의 권위를 세우기를 바라지 않는다. 학부모님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우리 모두의 교실에서 행복한 배움과 성장의 경험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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