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슬로건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교육'이다. '단, 한 명의 아이'라는 것은 '모든 아이'를 뜻하는 것일 거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각각의 아이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책임교육'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 말에 공감하며 이 슬로건이 정책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청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스럽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인지적 영역만이 아니라 정서, 심리적으로 여러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것을 무수히 접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이 어려움은 더 심해진 듯하다. 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고 지원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교육청의 슬로건과 같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을 보면 정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축소되고 있는 듯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학생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사업'이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은 예산 삭감, 지원 대상 범위 축소, 지원자 선정 및 지원 자격 서류 제출 등이 강화되었다.
우선, 이 사업에 대한 광주광역시교육청 예산은 전년도 대비 삭감되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 부분은 안타깝지만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어, 필자는 오히려 예산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아무리 삭감할 사업이 있다고 해도 이 부분은 오히려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원 대상 범위도 축소되었다. 범위가 자살 시도 학생과 고위험군 학생으로 두 부류로만 한정되었다. 그나마 고위험군 학생 영역을 두어 예방적 차원에서 지원 가능하게 열어는 두었으나, 이 또한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판정을 까다롭게 하여 학교 현장에서는 지원받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학교에서 고위험군 학생이라 생각하여 신청하였으나, 교육청에서 지원 제외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원 자격 서류 또한 경우에 따라 내 가난을 증명하는 쪽으로 강화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2022학년도까지는 없었던 가난에 대한 서류 제출이 추가된 것이다.
정신건강에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갑자기 성과가 나타나는 또는 화려한 결과가 기대되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더 공적 기관이 책임을 다하여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의 성과가 없는데 어느 이익 단체가 나서겠는가? 그러기에 이런 아이들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늘고 있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에 때로는 학교에서, 때로는 외부 기관과 연계를 통해서, 때로는 직접 상담으로 때로는 예산 지원으로 어떨 때는 이 모든 것을 복합해서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하는 데 있어 늘 아쉽기만 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각종 사업을 보면 예산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업을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 보면 지원 대상을 넓히고, 서류를 간소화하며 최대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바뀐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바뀌려면 이 지원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교육, 정책으로 실현되길 바란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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