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교혁신의 마지막 퍼즐, 교장승진제도 개혁

@김승중 광주방림초등학교 교장 입력 2023.04.25. 10:59

학교의 교장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교장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교장의 모습을 매우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눈치나 보고 부정한 모습이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희화화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현장에서는 '교무실무사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지 않지만 교장 없어도 학교는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단순히 웃고 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과장되기도 하고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할 수 있으나 학교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하는 지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계에서는 오랜 기간 교장승진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논의되었다. 현재의 교장승진제는 승진점수와 근무평정점수를 기반하여 줄을 세워 자격증을 부여한 후 서열에 따라 학교에 발령을 내는 구조로서, 이러한 자격증제 승진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보기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이 교장공모제다.

교장공모제는 단위학교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교장을 직접 공모하여 선출하는 방식의 제도로서 지난 2007년 승진을 중심으로 한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학교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다. 이는 매우 선진적이고 교육자치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교장자격증 소지자 뿐만 아니라 교장자격증 미소지자도 교직경력 15년 이상이면 공모에 응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에게 열려있는 교장공모제는 여러 제한 사항이 달려있다. 일단 자율학교 중에서 공모조건이 된 학교여야 하며 구성원이 자격증 미소지자도 공모할 수 있는 공모제를 선택한 학교 중에서도 50%만 가능하다. 이러한 이중 삼중의 제한 조건으로 인해 실제로 미소지자가 교장이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광주광역시 관내 초등학교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체 155개 초등학교 중 현재 미소지자 교장은 5명으로서 전체 교장의 3%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 보기드문 5명의 교장이 있는 학교가 궁금할 것이다. 도대체 어떤 학교가 이 어려운 관문을 모두 뚫으면서까지 미소지자교장을 뽑았는지 말이다. 바로 '광주효동초등학교', '광주동산초등학교', '각화초등학교', '치평초등학교', '광주방림초등학교'이다. 이렇게 학교를 공개하는 것은 이들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지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모두 빛고을 혁신학교로서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가고 있다. 그 속에서 교장이 차지하는 역할은 여느 일반학교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도 일반 임명제 교장보다 공모제 교장(특히 미소지자 교장)의 직무수행능력과 구성원들의 학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반영하듯 이들 학교의 교장들은 교장이라는 자리가 지위가 아닌 역할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실천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 교장의 역할변화를 기대하며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교장의 역할은 절대 가볍지 않다. 학교혁신을 위한 핵심적인 필요조건으로서 공모제를 비롯한 교장 승진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자격증제을 기반으로 한 승진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보직개념으로서의 교장 역할로 가야한다. 대학총장이 되기 위해서 교수가 별도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고, 병원장이 되기 위해서 의사가 별도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듯이 어느정도 교직경력을 갖고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신임과 능력을 인정받은 자가 교장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다시 교사로 돌아오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실제적으로 증명되고 교직문화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을 우리가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기존의 기득권의 반발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현행 승진제도 개혁에 대해 교육계를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할 것이다.

'학교혁신의 마지막 퍼즐은 교장승진제도 개혁이다.' 

김승중 광주방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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