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즐거운 신입생 면접

@정석 치평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3.01.24. 18:13

지난 1월5일은 2013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면접일이었다. 갈수록 입학생들이 줄어들어 전국적으로 학급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리 학교도 몇 명이나 면접에 참여할지 궁금했다. 사전에 주민센터로부터 입학생 명단을 통보받았지만 막상 당일이 되면 전출이나 다른 학교 입학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통보받은 수보다 적을 수밖에 없었다. 1~2명의 차이로 인해 학급수가 줄어들 수 있기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신입생 면접 방식을 올해 바꿨다. 작년까지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면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올해에는 대면면접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면접 방식 또한 새롭게 접근하였다. 몇몇 혁신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관찰식 면접 방식이다.

기존 방식은 1 대 1 면접으로 1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아이와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아이를 파악한다. 지적 수준 정도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기에 많은 학교에서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다른 아이와 어울려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아이가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초등학교에서, 생경한 분위기 등에 주눅들어 낯선 선생님들과 면접을 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6명 아이들을 하나의 모둠으로 구성해서 같이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기마당, 놀이마당, 이야기마당을 마련하여 한 개의 마당에서 30분 정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활동하게 하면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몰입해서 활동할 수 있는지, 교사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면서 개인별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물론 기존의 면접보다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력도 대거 투입되어야만 가능한 방식인지라 몇 번의 회의를 통해서 시뮬레이션을 가동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대기하는 장소를 포함해서 공간도 여럿 필요했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냈지만 초등학교가 생각보다 재밌고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빠르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진행하는 교사들도 아이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어 학생들을 골고루 균형 있게 분반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규모의 학교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신입생 면접이 하루종일 걸릴 수밖에 없는지라 도입하긴 어렵겠지만 중소규모의 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런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학부모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항의하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하고 초등학교 생활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며 좋아하셨다. 자녀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을 복도 창문을 통해 계속해서 지켜보는 분도 계셨지만 아이들의 밝은 모습에 안심하셨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저학년 교실은 마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놓은 곳이 많았다. 유치원과 같은 분위기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낯선 환경에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초등학교는 가정은 물론 유치원 환경과는 너무 다른 생경한 환경이다. 바닥난방이 들어간 1학년 교실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대게는 1학년과 6학년 교실이 큰 차이가 없다. 1학년 신입생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는 일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혁신학교를 비롯한 많은 광주지역 학교들이 수요자 맞춤형 교실이나 아지트 사업을 하면서 학교 내 많은 장소를 학생들의 눈높이 맞추고 학생들의 활동과 요구를 수용하여 공간을 바꾸기도 했고, 교육과정을 주제 중심이나 활동 중심으로 바꾸면서 학생 중심, 학생 주도의 교육활동으로 바꾸고 놀 권리를 위해 쉬는 시간과 중간놀이 시간을 더 늘리기도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부터는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내로 줄이기로 했고 시행에 들어간다. 이젠 교실도 바꿔야 한다. 친밀하면서도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저학년 교실부터 바꿔보자. 정석 치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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