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이미 늦은 기후위기 교육

@김치원 운남고 교사 입력 2023.01.17. 13:27

"인류에 적색 경보를 울리고 있다. 경보 알람은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크게 울리고 있고 여러 증거는 반박하기 어렵다." 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최근에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의 6차 기후변화 보고서를 두고 한 말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평균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09도 올라갔으며, 앞으로 20년 이내에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인 1.5도 상승 시점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지구에 일어날 변화는 심각하다. 견딜 수 없는 폭염과 폭우, 가뭄이 세계 도처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동식물의 멸종, 식량 및 물의 부족으로 인류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 경보는 우리에게도 크게 울리고 있다. 작년 한 해 중부권은 폭우로, 남부권은 폭염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감당해야 했다. 지난 달 우리 지역에 내린 역대급 폭설은 각종 안전사고와 인명피해를 유발하기도 했다. 3월부터 제한급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심각한 가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계는 이런 경보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법적 대응은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1년 9월, 교육기본법에 생태전환교육을 명시한 제22조 2항이 추가되었으며,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어 생태전환교육 및 지원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교육부는 같은 해 12월, 5개 관계 부처 및 시도교육감 협의회와 함께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학교 기후·환경교육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서 교육부는 생태전환교육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2022 개정 교육과정 주요 사항에 생태전환교육을 필수적으로 반영하고, 모든 교과목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연말, 우리는 이러한 약속이 공허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시안에 명백하게 포함되어 있던 생태전환교육의 중심 가치가 삭제 및 축소된 것이다. 총론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생태교육적 지향점은 '교육과정 구성 중점'란에 '기후·생태환경 변화'라는 구절이 유일했다. 이 구절은 디지털 전환, 감염병 대유행과 같이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구절로 쓰였을 뿐, '핵심역량'이나 '추구하는 인간상', '학교급별 교육 목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개정교육과정에 생태전환교육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례로 고등학교 과학 선택과목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생태'라는 과목이 신설되었으며, 교양과목 중 환경 과목이 '생태와 환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학교 현장에 생태전환교육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생태전환교육을 위해 그동안 치열하게 노력했던 현장 교사들과 환경 단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비상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교육은 특정 교과의 선택과목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급과 교과에서 가르쳐야 할 필수 영역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또한 시안에 제시된 것처럼 생태 감수성은 주요 핵심역량의 하나로 설정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개정 교육과정은 돌이킬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는 환경교육법에 따라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의무화되는 원년이다. 법은 환경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라고 하지만 새 교육과정에서는 생태환경교육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 다행히 우리 교육청에서는 생태환경교육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 마지막 시간'과 같은 환경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기후위기 대응 실천단을 조직하여 생태시민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올 해 발표된 업무계획에 따르면 우리 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 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급별 맞춤형 환경교육 지원을 실시한다고 한다. 교육청 차원의 노력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Boiling frog(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천천히 온도를 올려 물을 끓이게 되면 개구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 표현은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를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기후위기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을 풍자할 때 자주 쓰이는 비유이다. 하지만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더글러스 멜튼은 이 비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변온동물인 개구리일지라도 온도가 죽음에 이르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위기를 인식하고 벗어난다는 것이다. IPCC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는 곧 임계점에 도달한다.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최후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인류 최대의 재앙을 막기 위해 교육계 전체가 움직여야 할 것이다. 김치원 운남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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