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독서, 깊이 있는 선택의 출발점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2.01.25. 10:02

지난 1월 중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6천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3천320명을 대상으로 독서율(조사 기간 일반도서 즉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제외한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읽은 사람의 비율), 독서량(조사 기간 일반도서를 읽은 권수), 독서 시간(하루 중 일반도서를 읽은 시간), 독서행태 등 독서 관련 항목을 조사하고 연도별 변화 추이를 비교 분석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결과(2년 간격으로 독서실태 조사)에 비해 성인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독서량은 4.5권으로 각각 8.2%, 3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 연간 종합독서율은 91.4%, 독서량은 34.4권으로 2년 전과 비교해 독서율은 0.7%, 독서량은 6.6권 감소했다. 다만 20대 청년층(만 19세 이상~29세 미만)의 독서율은 78.1%로 0.3% 증가했고, 다른 모든 성인 연령층과 비교해 높은 독서율, 독서량을 보였다.

필자가 가장 관심 있게 살펴봤던 부분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독서 생활 변화'였다. 기존에 없던 조사 문항이기도 하고,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의 삶에 독서가 가지는 의미가 어떻게 변했는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독서생활의 변화(증감)는 학생이 성인보다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중·고 학생의 경우 '종이책, 웹소설 읽는 시간', '독서량', '인터넷 서점 이용 횟수', '도서구입비'가 증가했다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통계를 접했다. 무엇보다 '독서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80%의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무척이나 희망적이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인쇄된 책이 가지는 유용성이나 가치는 이제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겹고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 속에 독자들의 능동적인 적극성을 요구하는 책읽기는 어쩌면 시간낭비 혹은 사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람하는 무수한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힘이 독서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운이 좋게도 필자가 근무한 학교는 지난 1년 단 하루의 중단 없이(교사 백신 접종을 위한 이틀 원격수업 제외) 등교수업을 진행했다. 필자는 40분 수업 중에도 매시간 5분 독서를 진행했고, 1학기 1권 읽기도 중2 성취기준과 연결지어 수업을 디자인하고 실행했다. 1학기에는 공간혁신 관련 4권 중 1권 선택 읽기를, 2학기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매체 관련 한 권읽기를 하며 책대화하기, 서평쓰기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각별한 우리들'이라는 도서 출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 학생들의 삶에 어느 정도의 울림이 되었는지 수업 후 평가를 통해 80% 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단 5분일지라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깊이 있는 책읽기와 토론, 서평쓰기,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물이 책이 되어 나오는 과정을 겪은 아이들은 분명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한 뼘 정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작년 문해력 열풍을 이끌었던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조병현 교수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나와 다른 관점이 있다는 걸 알아나가고 그런 순간순간마다 나의 경험과 지식, 관점을 넣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리터러시가 공동체적으로 갖춰지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된다"고 했다.

올해 대한민국은 두 번의 큰 선택을 앞두고 있다. 부디 한 뼘 더 읽는 그 마음으로 선택의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그리고 나를 포함한 공동체, 사회, 세상을 변화하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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