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겨울이라 불리는 거울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입력 2022.01.04. 20:27

겨울, 우리 학교는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기 인사로 학교를 옮기거나, 때론 정년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도 있다. 그리고 다른 여러 이유로 겨울, 학교는 헤어짐과 만남의 시간이다.

우리 학교도 몇 교사가 학교를 떠난다. 이른 아침 학교의 아침을 아이들 등교 맞이로 시작하던 교장선생님이 학교를 떠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때론 우산을 들고, 때론 두툼한 겉옷을 걸치고 계절을 견딘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며 먼저 인사말을 건네고 종종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묻기도 하며 아침을 열던 그 모습을 출근하다 마주할 때면 교사가 묵묵한 실천을 꾸준히 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욱 생각이 많아지곤 하였다.

그리고 일명 '반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던 한 화학 담당 선생님도 정년을 마치고 학교를 떠난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자신의 지난 수업을 돌아보던 그 선생님은 수업과 학생 교육에 항상 철저하였던 교사다.

우리 학교에서 꼼꼼함의 또다른 이름이었던 그 선생님은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듯이 마지막 수업도 시작 종과 끝 종이 울릴 때까지 언제나 그랬듯이 적당히 하는 법이 없이 진행되었다. 그 선생님다운 수업이었다. 그렇게 수업자료 한 장을 만들어도 자신이 생각한 틀과 내용을 담아내고 앞 자료와의 형식적 통일성도 고려하던 선생님도 마지막 수업에서는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끝 종이 울리자,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의 박수 속에 마지막으로 교실문을 나섰다. 그 선생님의 아쉬움이 여전히 서성대고 있을 교실문을 우린 다시, 이 2022년 3월이면 열고 들어설 것이다. 세상의 모든 교실문이 그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풍족하여 모두가 그것을 누리며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부족함과 아쉬움을 서로 채워가면서 돌아간다. 그 아쉬움과 부족함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누구나 꿈꾸는 교사상이 있다. 선배 교사들을 떠나보내다 보면 우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수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저마다 결은 다를지 모르지만 교사가 아이들에 대해 갖는 성실함의 척추야 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학교는 교사의 성실함이 서로의 아쉬움과 부족함을 채우면 돌아가고 있다.

올 겨울, 선배 교사를 떠나 보내며 한 권의 책이 떠오른다. '닥터 노먼 베쑨'. 아주 오래 전의 책이지만, 중국 혁명의 시기 종군의사로 활동한 노먼 베쑨의 전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의사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의사라 한다' 교사의 역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교육과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면서 그 모두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 교사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들도 많겠지만 사회 제도적으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도 분명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석 달 간격으로 진행된다. 이 선거가 우리 학교 교육에 미칠 영향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광주교육을 책임질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그러나 우리 교사들이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규칙을 바꾸어야 하고 제도의 변화가 상황에서도 교육이란 이름으로 교사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면 넘을 수 없는 일들이 교육 현장에는 많은 데도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교사의 모습은 사회 변화만 더디게 할 뿐이다. 김현주(광주인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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