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민주시민 역량이 실력이다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입력 2021.06.29. 14:00

오는 7월 5일부터 광주 시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면 등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남은 이미 지난 6월 7일부터 교육활동이 정상화되어 생기 넘치는 학교를 만들고 있다. 약 16개월 만이니 그야말로 '굿모닝 학교'이다. 이에 학교들도 기대 반 조심스러움 반 완전 방역을 위한 대책 수립에 골몰한다. 바닥 테이프를 다시 붙이고 시간대별 활동 내용 및 교사별 지도 역할을 점검한다. 그런데 학생회에서 거리두기 및 개인 방역 철저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나선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전면 등교에 따른 고민과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결정을 했단다. 등·하교 및 쉬는 시간 복도를 돌며 계도 활동을 하겠다고 하니 대견하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2022년 치러질 교육감 선거 하마평이 벌써 무성하다. 이력을 살펴보니 모두가 시민단체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교육단체만이 아니라 환경, 민족 역사 단체 나아가 민주시민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 오고 있다. 출마 동기가 여하튼 시민교육과 공동체 가치에 관심이 많아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주시민교육은 학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사회 공동체 가치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주체적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길러가는 것이다.

인성을 넘어 주변의 불편을 지역 공동체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일, 공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삶과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일, 환경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실천 약속 정하기, 통일을 만들어가는 핵심 가치와 역량 등 사회적 실천을 통해 공동체와 자신을 변화시키고 협력하여 공공선을 이루는, 주체적 의지를 가진 민주시민으로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다. 곧 자치와 연대, 소통과 협력으로 핵심 가치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와 학교, 교육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치들이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어느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입주민이 엘리베이터에 게시물을 붙였다. '우리 아이들이 인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알기는 하는 데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따끔한 일침이다. 어른들이 인사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의 모습은 당연하다. 이렇게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배우고 익힌다. 우리는 '공부는 잘하는 데 자기밖에 몰라서 미래가 걱정된다'고 하는 사례들을 많이 목도하기도 한다. 수능 시계에 맞추어져 공부가 우선이 되어버린 우리 청소년들이 불안에서 벗어나 공동체 주인공으로서 삶의 성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이웃에 마음을 열고 토론하며 공감하는 부모의 모습은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생활 속에서 어른들이 시민 가치를 보여주고 모범을 보여주는 일, 공동의 문제에 참여하여 해결해 나가는 경험은 우리 아이들을 주체적 시민으로 성장시켜 갈 것이다. 더구나 최근 유권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유권자가 된다는 것은 정책 결정과 선량 선출에 있어서 책임의 일부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도 시민교육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력은 정량평가로 머리에 남고 민주시민 역량은 정성적인 요소로 가슴에 남으니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이다.

'부주의 맹시(不注意盲視, 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현상이 있다. 어느 상황과 대상에 대하여 몰입하게 되면 그 주변의 변화와 사건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정보를 넘어 공동체 역량이 핵심 화두가 되었다. 실력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공동체 문제 해결 역량을 함께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사, 학교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스승답다.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아이들과 더불어 시민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일이다. 그것이 우리 자녀들의 건강한 미래와 사회 문제 해결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면 등교, 철저한 방역 속에서 아이들이 있어 더욱 신나는 학교를 떠올린다.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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