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격려의 언어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입력 2020.01.13. 17:29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에 대해 요즘 고민이 든다. 여러분의 학교는 어떤가?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개인 상호간의 태도의 문제이면서 학교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내가 동료 교사를 존중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조직체가 구성원을 존중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자치조례에 근거한 학교 교직원회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청이 연수를 실시했다. 그 연수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학교들이 이 교직원회를 구성하여야 하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학교의 부장들로 이루어진 회의에서 중요한 사안들이 심의되고 결정되는 일을 당연시하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회의를 자주 열고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서 숙고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태도는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장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분의 학교는 어떤가? 민주적 운영은 갈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잘 관리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관리자로 표현되는 학교의 장이 자신의 직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사들과 더불어 학생 교육 중심의 학교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그래서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학교의 모습에 대해서 부정하고자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관리자는 어떻게 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근 몇 년 사립학교 중 운영에 문제가 드러난 학교에 파견이란 형태로 관리자를 외부 인물을 앉히는 방식이나 외부 인물로만 심사의 과정을 거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여러 고민 속에서 나온 방안이라 할지라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방식을 선택한 밑바닥엔 혹여 그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들을 다 문제의 집단으로 바라보거나 교내의 문제를 외면하고 묵인한 집단으로 바라보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이식될 수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그 구성원을 대상화하거나 수동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의 주인으로 잘 세우는 데 있고 그것이 궁극적 목적이 아닌가? 문제는 학교 관리자를 내부 인물에서 찾을 것인지 외부 인물에서 찾을 것인지가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관리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먼저 이야기해보고 그 의견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 먼저이며 그 과정을 통해 적절한 인물을 찾아가보는 것. 그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아가 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를 전체 총투표로 확인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옳거나 좋다고 여긴 생각을 가졌다 하여도 다수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린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표현을 쓴다. 마음을 얻으면 어렵고 힘들고 귀찮아도 함께 책임지며 간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당위와 명분과 정의는 힘을 얻기 어렵다. 우리가 옳고 우리는 이런 학교 모습을 보여 줄 거야가 아니라 더 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미래의 학교 모습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똑똑하다 여긴 소수가 다수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얼마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한 교사가 사람의 성장을 돕는 언어로 공감의 언어, 칭찬의 언어와 더불어 격려의 언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공감과 칭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함께 표현해보기도 하는 만큼 격려의 언어도 중요한 것 같은데 이런 표현은 잘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크게 공감이 되었다. 동시에 나의 수업에서 격려의 언어는 어떻게 표현되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학교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지도록 격려의 언어를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 그 학교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잃은 길은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잊은 길은 앞에 두고도 찾아가지 못한다. 더디가도 사람 생각하며 가야 한다.

김현주(광주인성고 교사)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