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년말 중학교 3학년 교실 풍경

@김승용 입력 2019.12.23. 09:40

김지선 (무등중학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에너지 넘치는 원숭이띠 아이들과 지냈던 1년이 꿈만 같다. 한 해를 정리하며 올해 첫 마음으로 시작했던 모든 일들을 차분히 성찰하고 정리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요즘은 겨울방학을 거친 후 2월 중에 종업이나 졸업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12월에 이어 1월까지 연속해서 교육과정을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말고사 이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이 ‘무사히’ 졸업을 하도록 최선을 다 하고 싶다. 하지만 역시 마음처럼 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장면 1. 축제 연습

우리 학교는 축제가 12월 말이다. 축제에 대한 기대감은 기말고사 이전부터 들뜨기 시작한 아이들 눈빛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이미 개별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축제를 1주일 앞둔 교실은 생동감 그 자체였다. 지난주에는 학급공연 오디션이 있었다. 연극도 하고 합창도 있는 다채로운 공연은 사라지고 댄스 일색이지만, 인터넷에서 공연 영상을 찾아 한 명 씩 역할을 정하고 개별연습과 전체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진지했다. 몸은 따라주지 않지만 학급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따라 하는 아이들부터, 수업 중에는 보이지 않던 카리스마로 친구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히 살펴주며 동작을 섬세하게 교정해주는 보석 같은 친구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7개 반 아이들이 오디션 무대에 섰다. 장난기는 쏘옥 사라진 얼굴로 준비한 동작들을 음악에 맞춰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실력을 발휘했다. 관람하던 다른 학급 학생들도 호응하고 응원하며 뜨거웠던 학급 경연 오디션을 마무리했다. 7개 학급이 모두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혹은 몇 개 반은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노력만큼은 다들 최고였다.

#장면 2. 후기고 원서 작성

중3 교무실은 1년 내내 바쁘지만 다른 학년과 다르게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내신 산출과 원서 작성으로 10월부터 정신이 없었다.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필두로 특성화고에 지원한 학생들을 위해 11월까지 원서 작성을 했고, 합격여부까지 모두 결과가 나왔다. 12월에는 기말고사를 치르고 중학교 3학년 전체 성적을 산출하고 그것을 근거로 후기고 원서 작성을 시작했다. 교실은 축제연습과 들뜬 학년말 분위기로 어수선했지만, 미리 상담한 자료를 근거로 한 명 한 명 이야기 나누며 부족할 때는 학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힘든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들이 많아 교사로서 챙기고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생활기록부 작성과 마무리, 졸업준비 업무, 그리고 들뜬 아이들 생활지도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니 중3 담임들의 노고는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모든 담임 선생님들이 성심껏 노력하고 있다.

#장면 3. 졸업 프로젝트, 카드섹션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의 수업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활동적이고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하지만, 솔직히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 과목들이 통합해서 조금 더 특별한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 학교는 ‘카드섹션’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성장과 추억이라는 주제를 나타낼 수 있는 음악과 그림으로 나타내는 활동인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집단의 협력이 없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는 활동이다. 그림을 학급원 수만큼 분할해서 16장면을 스케치북에 만들고 그것을 음악에 맞춰 넘기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결과물은 꽤 감동적이다. 축제 연습 때문에 아직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7개 학급이 특색 있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결과물들은 졸업식 때 상영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면이 적어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다. 아무 의욕도 없고 개인적인 일탈로 힘든 아이를 학교에 나오게 하려 애쓰는 장면도 있고, 3월에 썼던 학생들의 자서전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뿌듯하게 책 한 권을 받아드는 장면도 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지내며 에너지가 거의 다 소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생들이 한 뼘이라도 마음이 성장했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졸업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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