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광주' 만드는 아나운서···"소통으로 단절 극복을 꿈꿉니다"

입력 2022.10.19. 11:39 이삼섭 기자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⑧] 홍진실 아나운서
우연한 계기서 '희망'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10년차 방송인…유튜브로 인지도 수직 상승
지역민과 소통하는 재미에 동기 부여 '가득'
노잼 만드는 '폐쇄성'…열린 분위기 필요해
홍진실 아나운서는 광주시청 유튜브 채널 '빛튜브' 간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⑧] 홍진실 아나운서

홍진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자신을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직업으로 소개하는 주된 표현은 아나운서이지만, 방송 리포터로 시작해 스피치 강사, 면접 강사, 행사 MC 등 그의 소개말처럼 말을 매개로 한 수많은 직업들이 그를 나타낼 수 있다. 요즘은 광주를 대표하는 유튜브 '대스타'로, 높아진 인지도에 1분 1초가 모자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말로써 사람과 사람을, 정치인과 시민을, 혹은 공공기관과 주민을,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혹은 간격을 줄이는 역할이 즐겁다고 했다. 서로를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은 채 서로를 향한 혐오의 언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홍 아나운서는 단절된 관계를 '소통'으로써 회복하는 꿈을 꾸고 있다.


◆지역 뉴스 보면서 아나운서 '희망'

"어릴 때부터 지역 뉴스를 접할 일이 많았어요. 부모님이 항상 뉴스를 틀어 놓으시면 자연스럽게 광주권, 전남권 방송으로 넘어가잖아요. 광주MBC 홍진선 아나운서가 뉴스를 하고 있을 때인가, 부모님이 이름도 비슷하고 하니깐 지나가는 말로 너도 언젠가 저런 아나운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아나운서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어쩌면 우연이었다. 부모님이 지나가는 말로 던진 그 한마디는 홍 아나운서 깊숙한 곳에 씨앗으로 심어졌다. 끊임없는 우연의 반복은 필연이듯,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 뉴스를 즐겨보는 부모님 밑에서 지역 방송을 보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가 된 일은 그에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꽃으로 피어나는 필연이었다.

무엇보다 매일 접하는 지역 뉴스는 자연스럽게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중·고등학생 때 통학을 하면서도 광주MBC 라디오를 들었다. 이 같은 관심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내 방송사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또 그렇게 목포MBC에서 첫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광주와 전남에서 말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홍진실씨가 수강생등을 대상으로 스피치 교육을 하는 모습.

◆사명감? 지역에서의 활동 "즐겁다"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은 있었지만, 내 고향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여기가 터전이고 뿌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게 된 것 같아요.

지역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보니, 종종 듣는 질문이 '지역에 대한 사명감으로 활동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홍 아나운서의 솔직한 답이다.

많은 이들에게 서울이라는 공간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지역이 '최고의 선택지'인 것이다. 물론 서울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일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그는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같은 지역 혹은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을 만나 공감을 나누는 게 그의 행복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며 누구를 만나든 친숙하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연결고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워낙 사람이 많아 저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테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누구보다 우리 지역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죠. 사투리라든지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쓰면서 방송에서 녹여낼 수도 있고요."


◆낯 가리는 아나운서, 광주 '인플루언서' 되다

최근 들어 홍 아나운서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유튜브를 하기 시작하면서다. 행사나 방송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며 반갑게 인사를 해와 스스로도 신기하고 또 감동하기도 한다. 이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지만, 부쩍 늘어난 인지도에 다소 조심스럽기도 하다.

10년차 활동에 접어들면서 무수히 많은 활동을 했지만,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나운서든, 리포터든, MC이든 얼굴보다는 목소리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홍 아나운서는 '노잼광주'라는 유튜브 채널에 메인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노잼광주가 꿀잼이 될때까지'라는 슬로건을 건 이 채널은 지난해부터 광주에 '노잼도시' 이슈가 불면서 덩달아 인기가 수직상승했다.

홍 아나운서의 '1인 얼굴'로 돌아가는 채널 특성상 얼굴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노출이 된다. 그런 이유로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특히 유튜브라는 1인 미디어 특성상 쌍방의 소통은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다. 댓글 등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불특정 다수의 평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나름의 도전'이었던 셈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기회의 확장"

그러나 처음 부담과 달리, 이제는 홍 아나운서 스스로가 더 재밌어 한다고 했다. 기존 방송들이 규격화되고 어쩌면 일방적일 수도 있는 콘텐츠인 것과 달리 '노잼광주'는 광주·전남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 사람들인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그에게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레거시 미디어에서 활동하다 유튜브의 힘(?)을 체감한 홍 아나운서는 복잡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에도 중앙 미디어 기업들의 독점 문제가 계속된 데다 1인 미디어 확장으로 지역 방송사들의 운신 폭은 계속해서 좁혀져 왔고 그 변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유튜브 등의 1인 미디어 확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확장이 돼 가기 때문이다. 또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즐거움을 준다.

홍 아나운서는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로컬 미디어들이 지역에 대한 좋은 인식,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또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최근 그는 광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인 '빛튜브'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콘셉트로 광주시정을 비롯한 광주에 대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알리고 있다.


◆노잼도시는 다양성 부족

'노잼광주'에 대한 관심은 한편으로 광주와 광주를 둘러싼 사람들, 특히 청년층에게는 다소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지금의 광주가 오늘날 이곳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홍 아나운서는 이 같은 노잼 담론이 다양성 부족에서 나온다고 진단했다. 인구의 비례가 아닌, 다양성의 비례라는 의미다.

"광주가 노잼도시라는 말을 듣는 게, 재밌게 놀 만한 공간이 없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어요. 진짜 청년층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아니면 뭔가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청년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주는 거의 평균을 쫓아가게끔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광주가 기회가 적고, 일할 회사나 창업 등 다양한 일을 할만한 여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서는 '엇박자'를 다르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튀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될 때 도시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광주에 오면 놀 게 없다고 하는데, 정말 시설적 인프라를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광주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보면 '조금 답답하다, 한정적이다'라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해요. 누군가 새로운 길을 갈 때 그걸 특이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지역의 폐쇄성이고, 노잼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홍진실 프리랜서 아나운서

◆갇혀있지 않으려는 노력 필요

지방의 청년들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역에서 홍 아나운서와 같은 꿈을 꿨던 많은 이들 또한 이 지역에 없다.

홍 아나운서라고 지방 청년들이 마주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용기가 부족했다'고도 생각했다. 이미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시 서울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운 결정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의 총량에서 차이가 있는 걸 제외하고는, 지역이나 서울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홍 아나운서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굳이 공간을 분리하면서 지역 스스로를 고립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지역에 활동한다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들보다 역량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간혹 공간을 구별하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만 있으면 아무래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어떤 바운더리에 갖춰지게 되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실력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홍 아나운서는 갇혀 있지 않으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고, 살면서 형성되는 사투리와 같은 언어를 교정하기 위해서 일부로라도 서울에 한동안 있다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배움의 기회가 서울에 더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간다. 대치되는 공간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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