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마찰 종지부···40년만에 동복댐 주변 주민 보호·혜택 받는다

입력 2022.09.21. 18:04 선정태 기자
폭우·태풍에 댐 하류 주민 피해 이어져
광주-화순 협의 2년여 지지 부진하다
최근 광주·전남 호의적 기류 타고 합의
주민 복지·보상, 적벽 개발에 230억 지원
동복댐 전경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 전후로 광주시와 화순군이 갈등을 빚었던 동복댐 관련 문제가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최종 합의서 사인만을 남겨놨기 때문이다.

특히 댐 건설 40년 동안 관리권 이양 논란으로 마찰을 빚던 양측이 최근 민선 8기 광주·전남의 우호적인 상생협력 기류에 힘입어 지지부진했던 합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21일 전남도와 광주시, 화순군에 따르면 광주·전남 상생협력 공동협력과제 중 현안 과제 중 하나였던 화순 동복댐 상수원 관리권이 광주시에서 화순군으로 이양된다. 이와 관련 동복호 주변지역 정비사업에 관한 광주시와 화순군간의 합의서 서명이 이달 내 진행될 예정이다.

합의의 골자는 동복댐 주변 3개면 주민들의 피해보상과 복지 혜택, 적벽 관광 활성화 방안 등이다. 230억원에 달하는 재원은 광주시가 90%, 화순군은 10% 출연해 향 후 10년간 사용된다.


◆ 댐의 역사만큼 깊은 갈등

광주시민 60% 이상의 식수원인 동복댐은 행정구역은 화순군에 속하지만 광주시가 관리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댐 관리권 이양 등을 둘러싼 광주시와 화순군간의 갈등은 댐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85년 동복댐이 완공될 당시 전남도 산하 지자체였다. 광주시가 화순군과 함께 하나의 광역 행정 단위에 묶여 있었지만, 광주시가 1995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전남도와 분리된 것이 갈등의 발단인 셈이다.

화순군이 동복댐 관리권 이양을 요구한 것은 2002년 태풍 매미가 접근했을 때다. 이듬해 2003년 태풍 루사 때도 댐 하류 지역이 피해를 입으면서 댐 시설 관리 권한 양도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2020년 8월 집중 호우 당시 수량 조절에 실패하면서 댐 하루 4개 면 주민들이 침수로 고립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며 다시 한번 댐 관리권 이양을 제기했다.

당시 화순군의회가 광주시를 방문해 상위법에 맞지 않는 '광주광역시 상수도 동복댐 관리규정'을 지적하고 피해보상과 재발 방지대책 등 5개 항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없던 광주시는 관리규정 제2조(댐의 용도)에서 '홍수조절'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갈등은 격해졌다.


◆ 상생협의회 만들었지만 평행선

더 이상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안된다고 판단한 광주시와 화순군은 2020년 '동복댐 상생협의회'를 구성, 협의에 나섰다. 상수원 원수 무상공급, 동복댐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 이양, 피해보상, 댐 안전 점검과 재발 방치책 마련 등을 논의했지만, 이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을 광주시가 부담토록 하면서 '추후 논의'라는 입장만 남겼다.

화순 적벽도 갈등 중심에 있다. 중국 적벽에 버금간다는 화순 적벽은 동복호 상류 7㎞ 구간에 걸쳐 형성돼 화순군 주요 관광자원이지만 상수원 보호구역 설정 이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2014년 개방 이후 화순군은 이 곳을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광주시가 상수원 오염 방지를 이유로 관광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 지원, 개발 등 전격 합의

상생협의회를 통해 논의 2년 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광주시와 화순군은 최근 전격 합의했다. 2001년 제정된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댐과 인근 지역을 광주시가 주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댐관리권 이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다.

광주시와 화순군 양쪽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적벽 개발과 관련된 동복댐 상수원보고호구역 관리권 이양과 동복댐 인근 4개 면 정비 사업과 마을회관·건강 쉽터 조성 등 이곳 주민 5천여 명에 대한 지원 사업, 2020년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주민 보상, 댐 구조의 전반적인 안전문제·재발 방지대책 추진 등이 골자다. 원수 공급 재계약을 통하 무상공급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정비·지원 사업에 필요한 230억원 규모의 재원을 광주시가 출연한 것이 전격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합의가 이뤄지면 이 기금은 향 후 10년 동안 쓰이기 된다.

화순군 관계자는 "협의회를 꾸려 몇차례 만났지만, 서로의 의견만 확인할 뿐 조율이 되지 않다 최근 광주·전남 상생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급물살을 타 합의서 서명을 위한 세부 조율만 남겨두고 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40년 동안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이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적벽도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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