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빌레라, 함평

@이국민 함평군 안전관리과 주무관 입력 2024.04.17. 16:26
이국민 함평군청 주무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시인 조지훈의 '승무'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나빌레라'는 나비와 같다는 말이다. 세속적 번뇌를 녹여내 깨달음으로 승화시키는 여승의 춤을 고전미를 더해 멋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 햇살 아래 애벌레가 나비가 돼 날아가는 이 멋스러운 시기에 함평에서는 나비대축제가 열린다. 올해 그 횟수가 벌써 스물여섯 번째로 4월26일부터 5월6일까지 11일간의 향연이 펼쳐진다.

원래 함평은 농지가 많은 전형적인 농업군이었다. 산업자원이나 관광자원이 거의 없는 낙후된 지역이 지역주민 소득증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함평군은 1991년에 함평천 정화사업으로 마련된 고수부지 33㏊에 나비를 테마로 축제를 시작하게 됐다.

다른 지역의 축제와 달리 총감독도 없이 공무원과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행사는 방문객이 170만 명을 넘어섰고 한때는 같은기간 당시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보다 입장객이 많았으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제는 다른 축제의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봄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함평하면 곧 나비가 연관될 정도로 친숙하게 됐다.

함평천 주변의 습지와 함평천지 들녘 일원에 생태자원을 활용해 시작된 축제로 얼마나 자원이 없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측은함도 있었지만, 찌든 오염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청정한 자연을 소망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이다.

올해는 '나비 찾아 떠나는 함평여행'이라는 주제로 33만평 부지의 함평 엑스포공원 일원에서 나비축제가 개최된다. 알에서부터 애벌레를 거쳐 나비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과 전 세계 각국의 나비와 곤충 표본 450종 9천여 마리를 구경할 수 있다.

또한 나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봄꽃잔치도 함께 열리며, 축제장 전체에 각종 봄 꽃밭이 한가득 펼쳐진다. 유채꽃을 비롯해 안개꽃, 꽃양귀비, 수레국화 등 40여 종의 꽃 50만 본이 축제장 곳곳을 수놓는다.

축제기간 중 가족과 함께하는 나비 날리기, 나비 놀이터, 젖소목장 나들이 체험, VR 체험장, 전통 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이 외에도 주변에는 나비 곤충 생태관, 수생 식물관, 다육식물관, 친환경농업관, 군립미술관, 황금박쥐 전시관 등 다양한 전시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볼거리도 풍부하다.

축제장 접근도 용이하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무안광주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5분 거리이니 광주와 목포에서 이삼십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축제 기간 중에 KTX가 하루에 상·하행선 각 3회를 서울 용산과 함평 구간을 운행한다. KTX 함평역 정차는 함평나비대축제를 방문하는 수도권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함평군은 함평역~축제장 셔틀버스 운행 및 입장권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필자는 함평군에서 하천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축제장이 함평천 주변의 생태공간을 활용하는 만큼 업무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손님맞이를 위해 하천의 환경정화부터 잡목제거, 꽃나무 식재, 교량 등 시설물 정비를 위해 바쁜 날들에 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자연재해와 치수에 많은 관심과 예산이 집중되고 있긴 하나, 하천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이수 분야의 투자가 부족해 다소 아쉬움이 있다.

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닌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간이자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올 초에는 유달리 비가 많이 오고 날씨도 을씨년스러웠으나 이제 함평에서는 애벌레가 나비가 돼 드디어 꽃을 피우고 있다. 모두 봄 기지개를 켜며 함평으로 오라. 이국민 함평군 안전관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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