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미래도시 광양의 랜드마크가 철동상? 지금이 80년대?

@김보라 광양시의원 입력 2023.05.02. 13:56

필자는 지난해 10월 시정질문을 통해 정인화 시장의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 공약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아울러 광양시의회는 2023년 본예산 심사에서 관련 용역비 3억원을 삭감했다. 그렇지만 최근 정인화 시장의 행보를 보면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을 민선 8기 핵심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뉴스를 보니 오는 5월에 있을 추경에 이순신 철동상 관련 용역비 2억원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시민과의 대화나 언론 인터뷰, 기타의 방법을 통해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의 대표인 의회와 소통을 건너뛰고 대시민 여론전에 나선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의 무리한 철동상 건립 사업 추진을 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해본다.

랜드마크 관광 시대는 옛말, 지금은 콘텐츠 시대

많은 시민이 여수, 순천은 랜드마크가 많은데 광양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 시장의 철동상 공약도 이러한 여론을 수렴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자.

랜드마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데 목표물로서 적당한 사물'이다. 그러면 여수의 랜드마크는 무엇인가? 사물로 본다면 엑스포 건물인가? 진남관인가? 케이블카인가? 루지인가? 여수는 랜드마크로 인해 4계절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된 것이 아니다.

엑스포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기점으로 교통망을 확충하고 '여수밤바다'라는 대중가요의 흥행과 밤바다의 낭만, 버스킹, 포장마차촌, 바다가 보이는 멋진 전망의 카페, 먹을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문화 이벤트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이나 SNS 등 미디어를 통해 잘 홍보하면서 글로벌 여수 관광을 이끈 것이다.

순천도 마찬가지다. 정원박람회를 랜드마크로도 볼 수 있지만, 정원박람회는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다. 정원을 걷고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환경과 문화, 예술 등 그 안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이 요즘 관광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지금의 흥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 시장은 브라질의 예수상, 몽고의 징기스칸 동상을 예시로 홍보하는데, 우리가 브라질이나 몽고 여행을 계획할 때, 동상을 보기 위해 나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그 나라에 가고 싶은데 마침 그 랜드마크가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3년간 빅데이터(이동통신, 소비지출, 소셜미디어 등), 전문가 심층 인터뷰 그리고 세대별 및 여행 주제별 소비자 설문조사 등을 분석한 '2023 국내관광 트렌드'를 지난 1월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해 전년도 관광트렌드(변화된 일상, '현재'와 '나'에 집중)의 기조가 일부 유지되는 가운데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환경에 관한 관심 증가, 재택 및 원격근무 확산, 휴식·웰니스에 대한 필요성 강화, 아웃도어 수요 증가, 개인 경험의 가치 중시 등 사회·소비·환경·노동·여가 등 사회 전반의 거시적 변화가 여행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국내관광 트렌드로 제시된 '모멘트(M.O.M.E.N.T.)'는 엔데믹 시대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일상의 매 순간이 여행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의 즐거운 여행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와 함께 주목되는 다양한 여행 형태로 △로컬관광 △아웃도어/레저여행 △농촌 여행 △친환경 여행, △체류형 여행 △취미 여행 등 6개의 테마를 선정했다.

2023 관광트랜드도 이러한 데,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이 만들어지는 수년 뒤의 관광 트랜드는 어떠할까?

만약 정인화 시장의 공약이 '이순신과 어영담, 그 속의 광양'을 주제로 다양한 역사적인 문화유산이나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체험 관광 콘텐츠 발굴 등을 하고자 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이 사업의 목적은 '이순신'이 아니라 '철동상'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돈 없어서 어린이 통학로 보수도 못하는 데, 철동상 용역비 2억원?

2주 동안 정인화 시장은 광양 전 지역을 돌며 시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민원을 제기했고, 정 시장은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우선순위에 따라 하겠다 혹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이러한 민원은 대부분 주거환경개선과 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증대 요구였다.

필자도 어린이 통학로 펜스가 고장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민원을 듣고 이번 추경에 반영해 수리할 수 없냐고 집행부에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이 1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추경 재원이 부족해서 하반기에 고려할 것"이었다.

그렇다. 부자 지자체 광양시의 현재 재정 상태는 '빨간불'이다. 불황으로 국가 교부세, 법인세 축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민생 지원정책으로 시행한 각종 보조금 및 감면 사업 등으로 인해 곳간이 비었다.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부터 이미 예상된 결과다. 이로 인해 통상적으로 4월에 하는 추경도 예산이 부족해 5월로 미뤘으며 예상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이로 인해 기획예산실은 각 실과 부서에 '예산 부족으로 신규 사업을 지양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새로운 사업은 물론이거니와 앞서 예를 들었던 가장 기본적인 아동 안전에 대한 예산마저 뒷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 철동상 건립을 위한 용역비 2억원이라니?(이마저도 아직 의회에는 알리지 않았다) 그 2억원으로 아이들 통학로 안전 확보를 해주면 안 되나?

민자유치하는데 용역비가 왜 필요한가?

정인화 시장은 철동상 건립에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세금을 들여 용역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기업에서 이윤 추구를 위해 계획도 모두 수정하고 위치나 디자인 등을 다 제 입맛에 맞게 하려고 하지, 광양시에서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어느 기업이 '네, 알겠습니다. 구상하신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하겠는가? 아울러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대기업들의 미래도 바람 앞의 등불인 상황에서?

2억원, 1조3천억원 규모의 광양시 살림살이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광양에서 24평 아파트 3채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시민들의 혈세, 시청 캐비넷에 처박힐 두꺼운 책자 만드는데 쓰는 일은 동의하기 힘들다.

이순신 철동상 공약 지키려 행정력 낭비?

초거대 이순신 철동상 건립 사업 추진에 앞서 아직 우리는 완성하지 못한 숙제들이 너무 많다. 구봉산관광단지 조성사업도 환경부의 골프장 축소 요구에 지체되고 있고, 어린이테마파크도 과학관과 어린이 놀이터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시민들로서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지 않는 이야기다. 아울러 망덕포구와 배알도를 잇는 관광 개발사업과 이순신대교부터 와우까지 이어지는 해안길 관광사업도 진행 중이다. 백운산에도 많은 관광자원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필자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광양시 행정력이 부족할 것 같다. 만약 이 모든 공사가 완료되고 난 후에 이를 어떤 예산으로 누가 운영할지에 대한 답도 찾지 못했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표를 먹고 살기 때문에 자신의 공적을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게 시민 모두에게 무거운 짐을 안게 한다면, 그것은 공적이 아니라 과오로 남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부디 추진 중인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들과 대한민국에서 광양만이 갖고 있는 포스코와 광양항을 잇는 산업 관광 자원,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유산, 동네별 곳곳의 숨은 이야기들을 연계해 하루든 한 달이든 머물고 싶은, 머물 수 있는 광양이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길 바란다. 김보라 광양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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