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남, 마한(馬韓) 민속문화의 가치 있는 전승지

@박종오 민속학/문학박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입력 2023.04.04. 10:09

요즘 들어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마한(馬韓)은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방에 걸쳐 독자적인 역사를 일구었던 부족국가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남조 송(宋)나라 범엽(范曄)이 지은 후한서(後漢書)에는 동이(東夷) 지역의 한(韓)에 관해 "세 한국이 있으니 마한, 진한, 변한이다(韓有三種一曰馬韓二曰辰韓三曰弁辰)"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한을 총칭하는 한국(韓國)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호(國號)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후한서에는 마한의 풍속을 언급하면서 "춤출 때는 수십 명이 서로 줄을 서서 땅을 밟으며 장단을 맞춘다(聚歌舞舞輒數十人相隨地爲節)"라고 하였고, "또한 소도(蘇塗)를 만들어 거기다가 큰 나무를 세우고서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又立蘇塗建大木以縣鈴鼓事鬼神)"라고도 기록하였다.

'장단에 맞춰 수십 명이 줄을 서서 추는 춤'은 자연스럽게 '강강술래'가 떠오른다. 강강술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이며, 2009년 9월에는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원무(圓舞)의 일종이다. 1986년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폐회식에서 공연되어 세계인이 서로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무라야마 지준(村山至順)의 '조선의 향토오락(朝鮮의 鄕土娛樂)'에 의하면 강강술래는 전라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동쪽으로는 경상도 영일과 의성, 북쪽으로 황해도의 연백까지 분포하고 있었다고 한다. 1965년에 기록된 '강강술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고서'에는 '강강술래'가 주로 전남 해안 지역에서 연행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해남과 진도지역에서 많이 행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강강술래 지정보고서'에는 강강술래의 기원으로 '임진왜란설(壬辰倭亂說)'과 '민족고유유희설(民族固有遊戱說)'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민족고유유희설에서는 강강술래를 마한의 노래로 추상(推想)하고 있어 주목된다. 즉, 마한의 노래에서 기원한 것으로 여겨지는 강강술래가 전라도 해안 지역, 그중에서도 해남과 진도지역에서 활발히 전승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마한의 풍속 중에 "큰 나무를 세우고서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라는 대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바로 '솟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솟대는 성스러운 공간이나 경계의 상징, 또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세우는 신성한 나무 (神木)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마한에서 세웠다는 큰 나무(大木)에서 솟대가 기원하였다고 여긴다. 손진태는 '소도고(蘇塗考)'에서 소도는 대목(大木)이며, 이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솟대라고 하였다. 신성한 나무는 종교적, 신앙적으로 성스러운 곳에 세워야 해서 마한에서도 성스러운 공간에 솟대를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마한의 풍속인 '강강술래'와 '솟대'가 해남지역에서는 지금도 활발히 전승되고 있다. 해남의 큰 마을 우수영에서 성행하던 '우수영 강강술래'는 1975년과 1976년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하여 국무총리상과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금도 해남 강강술래는 문내면을 비롯하여 화원면, 황산면 등지의 부녀자들이 독자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해남군 화산면 안호리 고분, 현산면 황산리 분토 유적 등지에서는 대목(大木)을 세운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황산면 원호리, 송호리 마을 등지에서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루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솟대제(짐대제)를 지금도 모시고 있다.

발굴 등을 통해 드러난 유적 자료가 마한의 '과거 역사 흔적'을 보여주는 것들이라면 '강강술래'나 '솟대제'는 마한의 '현재 전승 활동'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해남은 마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그리고 마한의 풍속이 전승되고 있는 마한 민속문화의 전승지(傳承地)로서 그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곳이다. 박종오(민속학 / 문학박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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