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지켜내자

@신정철 (주)건축사사무소 에이디그룹 대표건축사 입력 2022.01.05. 11:39

예측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오늘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엄청난 기회와 축복을 누리며 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 내일을 사는 사람들도 역시 오늘과는 또 다른 속도의 변화와 속도의 중압감을 이겨내야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도시가 앞 다퉈 시간을 단축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정책을 내놓는다. 시간을 단축한다는 말은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고 다양한 삶의 양을 살 수 있으니 축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쉽게 지워 가는 도시는 불행한 도시이다. 지난 시간의 흔적들이 사라지는 것은 살아온 삶의 가치들도 함께 사라지는 불행한 일이다. 모든 것들이 새로움으로 가득한 질서가 반드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어주는 창조주의 선물이다. 오래된 문화도시에서 그 사례들을 볼 수 있듯이 오래된 시간과 새로운 시간이 함께 공존하며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룰 때 삶의 행복지수가 높은 문화도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시간의 나이테가 담겨진 도시의 흔적을 쉽게 지우는 도시는 결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이 도시에 몸을 담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우리의 도시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늘 앞세우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자랑스러울 만큼의 문화중심도시에 걸맞는 문화적 산물들을 지켜가는 일에 열심을 내었는지?

시간의 때가 묻은 도시의 흔적들을 지켜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아보면 후회스럽고 안타까운 자괴감이 앞선다.

개발시대의 자본논리에 휩쓸려 채 몇 십 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져온 엄청난 시간의 양이 담긴 도시의 흔적들을 무차별적으로 지워 버렸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삶의 흔적과 가치들을 지키는 일에 대한 결단과 선택이 소홀했던 잠시의 틈이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을 망설임 없이 지워 나간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곳곳에서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오래된 도시의 흔적 지우기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좀 더 일찍 우리 모두가 시간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에 힘을 모았더라면 적어도 지금 보다는 더 많은 오래된 도시의 기억과 흔적들을 간직한 문화가 있는 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문화의 품격을 간직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장치를 만들고 오래된 시간의 흔적들을 지켜내고 살리는 일에 시민과 행정가와 학과 전문가들을 포함한 공동체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극히 사소한 것일망정 시간의 유산이 담긴 상징적인 장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가는 일이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축척된 산물들을 잘 지키는 일은 적어도 이 도시에서 평생의 삶을 이루어 가는 시민이라면 모두가 지켜야 할 도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삶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그 책임을 돌려야 함이 마땅하다. 그 책임에서 우리 모두는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해묵은 기억 속에 담겨진 추억속의 장소 우 다방. 그곳은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며 가슴설레였던 기다림의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다. 중장년층들의 경우 젊은 시절 연인들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만남의 장소이자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던 애증어린 이별의 기억이 남겨진 장소이기도 하다. 젊디 젊은 날 연인들의 시간이 머물던 곳, 지금이라도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날의 연인을 찾아 가보고 싶은 곳. 우다방도 우리가 꼭 지켜내야할 오래된 시간과 추억이 머무는 장소이다. 신정철 광주건축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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