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촘촘한 공공의료체계 구축 위해 광주의료원 예타 면제해야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공공투자평가컨설팅센터장 입력 2021.09.07. 10:19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의료체계 전반의 어려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감염병 확산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 의료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보건인력들의 체력과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2000년대 이후 감염병 대유행을 되돌아보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각각 6년 주기로 발생했는데, 코로나19는 메르스 대유행으로부터 불과 4년 만에 등장했다.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없을 것이라 단언하기 어려우며,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처럼 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전향적인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데, 특히 보건의료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양성하는 것 못지않게 공공의료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민 모두에게 공적 의료보험급여가 제공되는 명실상부한 의료 선진국이다. 그러나 공공의료 기반시설과 의료인력 분포에 있어서는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 수 비중이 3%에 그쳐, 전국 평균 5.5%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며, 울산과 함께 지방의료원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이 또 다시 유행하게 된다면, 광주와 울산같은 지역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감염병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료 전달체계의 중추기관으로서 광주의료원을 설립하는 것은 향후 국가 차원의 공공의료체계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성만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예타 제도는 한정된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재정투자의 낭비를 막고자 도입됐으나, 주로 경제성만을 따지기 때문에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많은 사업들이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민 보건과 안전, 재난예방 등에 따라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업은 예타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이미 법령에 있는 상황이다. 광주의료원 설립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 조항에 따라 예타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전국적인 방역망 구축에 광주의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계를 보면 전체 병상의 10% 정도에 그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약 80%를 치료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지방의료원이 있다. 감염병 환자는 일반 환자들과 격리하여 치료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민간병원의 감염병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의료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주는 지방의료원이 없음에도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지방의료원이 있다면 전국적인 촘촘한 공공의료체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코로나19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이미 지난 1월에 대전과 부산, 경남에 신설할 지방의료원은 예타가 면제됐다. 지역 균형을 고려한다면 광주와 울산도 예타가 면제되어야 한다. 셋째, 첨단의료의 사각지대인 국토 서남권을 배려해야 한다. 2009년 충북 오송과 대구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지정되어 육성되고 있지만, 호남권에는 지정되지 않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호남권 주민들도 첨단의료산업의 수혜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면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이 필요하며, 이와 연계해 지방의료원을 신속히 설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의료원과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는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논할 대상이 아니다. 국방이나 소방, 치안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공급할 때, 경제성을 논하지는 않는다. 지방의료원은 전국적인 공공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위한 핵심시설이자 국가 중요 시설로 전국 모든 지역에 촘촘하게 조성돼야 한다. 광주지방의료원을 신속히 설립해야 할 때다. 오병기(광주전남연구원 공공투자평가컨설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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