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접종센터 4개월의 기록

@범은경 광산구 코로나접종센터 예진의사 입력 2021.08.31. 18:54

코로나19를 막지 못해 지구 전체가 일년 반을 떨고 있다. 모든 나라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일을 제한하고 미래 세대 교육까지 내려놓았지만 속수무책이다. 의료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들도 적당히 타협하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손을 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했던 3차 유행은 노약자들의 목숨을 사정없이 앗아간 후 한 달여 만에 겨우 위기에서 벗어날 무렵 백신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는 백신을 사와야 하는 입장이지만, K방역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탓인지 구매 대열에 뒤늦게 합류했다. 대신 접종을 서둘러 오는 11월 안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보관이 용이한 백신은 민간병원에 위탁하고, 보관이 쉽지 않은 mRNA백신은 백신접종센터를 세워 접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광주에도 각 구마다 하나씩 총 다섯개 접종센터가 세워졌고, 지난 4월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백신접종이 시작됐다. 필자는 광주 보훈병원에 자리한 광산구백신센터에서 예진업무를 시작했다. 예진업무란 접종 전 안전을 판단하고 접종 후 주의사항과 이상반응을 설명해주는 일이다.

중증질환으로 진행할 위험도가 높은 고령자부터 접종을 먼저 시작했는데, 내가 경험한 최고령은 백세 여성이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력과 시력도 좋았고 혼자 걸을 수 있었으며,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들까지 함께 와 안심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 노인들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글로 적어 설명해도 잘 보지 못하거나 너무 낯선 내용이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혼자 있는 노인은 이상 반응이 생기면 어쩌나 염려가 많았는데, 다행이 접종 후 며칠간은 보건소와 동에서 자주 연락을 취하는 것 같았다. 6월 무렵 백신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쪽에서 빨리 맞아야 한다는 쪽으로 확실히 전환되는 것을 느꼈다. 잔여백신 예약은 명절 기차표 예약보다 어려웠고, 접종센터도 점차 젊은 연령대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젊은 연령대 접종이 늘어나니 이상반응이 늘었다. 접종 후에는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 등을 관찰하기 위해 잠시 센터를 떠나지 않고 대기하도록 하는데, 이 사이 어지러움이나 오심,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사람의 빈도가 6월 이전에보다 69%가 증가해 7월 한 달 동안 접종센터 안에서 이상반응을 보인 사람은 71명이었다. 접종센터에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고 있어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즉각 조처를 하거나 병원으로 이송 할 수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중증 이상반응을 보도하지만, 중증이상으로 신고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4개월 동안 광산구 전체에서 5명이라고 한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현재 광주 광산구 전체로 보면 약 20만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으며, 이 중 광산구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받은 사람은 5만5천142명이다. 무던히 애썼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접종률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어 조바심이 난다. 여기에 모두의 노력과 희망이 무색하게 바이러스는 델타변이로 돌아왔고, 접종 후에도 발생하는 돌파감염 사례들이 슬슬 보도되기 시작해 연일 확진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치료약이 개발되기 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어 지금은 백신접종에 나와 이웃의 생존을 기댈 수밖에 없다. 백신접종을 완료하고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는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고 또 감염됐다 해도 중증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감염되었을 때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도 훨씬 낮다.

아직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된다. 백신접종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온 인류의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빗장을 열고 마스크 속 입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백신이 잘 공급되기를,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백신센터에 찾아와 주기를, 무엇보다 치료약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범은경 광산구 코로나접종센터 예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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