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의 시선- '당연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입력 2021.03.09. 09:45

며칠 전, 정신없이 출근하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온 날이었다. 전화나 문자로 소통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으나 대체할 수단을 찾아 괜찮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발생했다. 나는 당일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 재난 상황의 정보를 신속하게 접할 수 없었다. 문득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 사용하기 힘든 사람들, 기계의 사양이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은 재난과 같은 정보를 어떻게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지 고민이 들며 휴대전화를 가진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난 상황에서는 더욱 세밀하게 사회구조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의 대응과 보호의 과정에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이 소개되었을 때 코로나19 상황 발생 시 자동차를 이용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다며 안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드라이브 스루를 방역에 적용한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면허와 자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어떡하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내 생각과는 별개로 다수의 사람이 드라이브 스루를 당연히 이용한다고 했을 때 면허도 차도 없는 나의 개인적 부족함을 탓하게 되었다.

비대면에 직면하며 사회가 요구했던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도 살펴봐야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는데 주변 기기가 없고 환경이 되지 않아 PC방, 카페에 간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이렇게 비대면 시스템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기기와 적절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갖춰지지 않아 수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직군에 따라 비대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초창기 비대면 시스템을 논할 때 먼저 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살피지 않았듯이 노트북 등의 기기 구매율이 높아졌다는 뉴스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역, 비대면 시스템의 정책 방향에 있어서 유연성과 다양성을 바탕에 두고 논의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획일적인 대안 하나를 두고 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은 개인의 잘못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회가 먼저 살피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치 지어진 약자는 더욱 약자가 되는데 자동차 소유 비율이 낮은 여성, 노인, 청년들이 그렇고, 열악한 주거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렇고,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그렇다.

결론적으로 재난 상황의 정책을 제안할 때 '당연한'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책 제안자들은 그 '당연함'에 있어 더욱 세밀한 감수성을 가지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묻고, 듣고 살피며 여러 방식을 발굴하고 제안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워킹스루'가 등장했을 때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당연함'의 기준이 주관적이며 그것이 다른이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설령 느리더라도 함께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유빈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 이사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와 회원 5명이 3월부터 '광주로의 시선'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한다. 현재 광주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참여 필진은 백경호 전남대 경제학부 강사, 김유빈 전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윤희철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 사무총장,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박종민 전 광주복지공감 공동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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