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가 소환한 공공의료, 어디로 가야하나

@박상하 고구려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입력 2021.02.02. 09:40

세계인구 77억중 9천800만 명이 감염(1.2%)되고 그중 209만 명을 사망(2.1%)하게 한 코로나19는 지구촌 곳곳을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보다 더 많은 41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K-방역은 선방이며 미래 안전망 구축을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광주는 공공의료원 설립계획 수립과 부지선정 작업이 한창이고, 전남은 의과대학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공공의료 체계를 구축하느라 분주하며 정부도 대책마련과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진주의료원 폐쇄의 악몽과 공공의료를 다시 생각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되묻고 있다.

우선 공공의료는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얻고 있다. 다만, 운영방식에서 적자보전 방식이나 노조구성 등 병원경영 문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성을 중시할 것이냐, 수익성을 중시할 것이냐를 두고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시대적 환경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 방송,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공공성이란 말을 유행처럼 자주 사용했지만 정작 공공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인식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었다. 심지어 의료서비스가 공공성을 가진다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공공재라고 강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분명히 공공성과 공공재는 다른 것임에도 우리의 조급한 마음에는 같은 의미로 둔갑하여 논쟁을 불러오곤 하였다.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는다. 따라서 공공재의 공급은 시장에 위임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주로 공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95%가 민간이고, 병상수의 93%를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의료가 공공재라고 한다면, 영국처럼 의료 인력의 양성에서부터 병원을 개원하고 운영하는 모든 것을 정부가 책임지는 구조여야 할 것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에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사망률이 높은 것을 보면 보편적 의료제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최선이란 환상도 접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의 연대성을 기반으로 도입한 의료보장체계로 단일한 보험자가 국가 전체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NHI)방식이다. 민간병원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제도이다. 다만 민간병원이 영리를 추구한다고 해서 공공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공공의료는 법과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공공의료체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코로나 팬데믹이 보여주었다.

보건의료의 공공성이란 무엇보다 구강보건사업이나 감염병 예방사업 등과 같이 개별서비스가 아닌 전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성이 강조된다. 즉, 개인의 편익보다 사회적 편익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병원이 이것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인 65.5%에 비해 매우 낮다. 병상규모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병상 비율은 10.3%로 OECD 평균인 89.7%와는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공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따져볼 일이다. 우리가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려고하는 것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의 분포가 수직적(1·2·3차 의료기관), 수평적(지역적 분포)으로 균형 잡히지 못한 구조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현재 전국 7대 도시 중 광주·대전·울산만 공공의료원이 없다는 것도 지역적 분포의 불균형을 대변하고 있다.

결국 공공의료의 방향은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과 비효율적인 경쟁, 그리고 필수 의료서비스 및 지역 간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하(고구려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