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남교육 미래 담보할 '초·중통합학교' 운영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입력 2020.09.14. 08:20

미래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섰다. 코로나19가 그것을 앞당겼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언택트'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공지능(AI)에 기반 한 원격사회가 서둘러 열린 것이다. 어떤 이는 '코로나의 역설'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문명의 대전환'이라 한다. 위기가 변화를 불렀고, 삶의 모든 분야가 바뀌었다. 그 중에서 교육 분야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고 전남교육은 이를 선도했다.

전남의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했다. 위기에 맞서 의사결정과 실천이 유연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온라인학습 플랫폼, 원격수업 콘텐츠, 온·오프라인 수업, 학교 자율성 확대, 돌봄, 방역,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등이 그것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이런 정책과 도전은 전남을 미래교육의 선진지로 만들었다.

2학기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존 일상으로의 복귀를 거부한다. 1학기 때 만들었던 '뉴노멀'을 강요한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2학기에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혼합한 '블렌디드 수업(Blended Learning)'을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능력 있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선생님들은 이를 미래교육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여기고 더욱 분투,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남교육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전남교육만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을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인구소멸 시대,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처한 전남교육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일찍이 공자는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 했다. 미리 헤아려 먼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가까이서 걱정이 생긴다는 뜻이다. 전남 교육이 그렇다. 전남 도내 전체 초·중·고교(877교) 가운데 43%(380교)가 학생 수 60명이 채 안 된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존립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그동안에도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제 다른 관점과 각도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면 단위 학생 수 30~40명 이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운영하는 '전남형 초·중통합학교'이다.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능히 헤쳐갈 수 있다'는 공존의 방식이다. 남극의 펭귄은 영하 60도의 혹독한 추위를 '허들링(Huddling)'이라는 집단적 체온나누기로 이겨낸다. 자신의 체온을 나눠 추위를 물리치는 펭귄처럼 배려와 협력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전남교육의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 추진하려는 초·중통합학교는 기존에 했던 근거리의 급별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과 다르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역할을 하는 만큼 인근 지역의 학교를 통·폐합할 경우 학교가 없어지는 지역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래서 지역사회 안의 소규모 초·중학교를 통합학교로 만들고 미래교육에 적합한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과 연계해 공간을 혁신하고 학교를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며 마을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다. '스마트 교실'을 제대로 만들고 전문인력을 배치해 전남 에듀테크의 산실로 바꾸겠다.

지금까지 통합학교 운영에 큰 걸림돌이었던 교육과정 통합운영도 올 연말쯤이면 해결될 것이다. 교육부가 관련 법규 개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초·중통합학교의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져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될 것이다. 또한, 이 학교를 중심으로 도시 교육청의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적극 유치하면 전남의 작은 학교들은 매력적인 유학처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도교육청 내에 추진단을 꾸려 준비를 착실히 하면 오는 2022년 우리가 꿈꾸는 20곳의 전남형 초·중통합학교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성과를 봐가며 더욱 확대하겠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이기도 하다. 전남교육은 이 기회를 담대하게 활용할 것이다. 위기 극복은 물론 미래를 튼튼하게 가꾸는 밑거름으로 삼겠다. 교육은 내일의 삶을 준비하는 오늘의 도전이다. 치밀한 전략, 과감한 지원으로 시대의 험로를 헤쳐 가겠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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