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함께 고민하다-'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와 도시재생

@박경섭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연구소장 입력 2020.09.01. 11:00
박경섭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연구소장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강사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 금요일(8월 21일) 도시인류학 소모임을 하는 학생들과 함께 전남대학교 정문거리를 함께 걸었다. 학생들은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walkable city),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공부하면서, 그러한 배움을 적용할 공간으로 전남대 정문 일대를 선정했다.

학생들과 함께 걸었던 광주역과 전남대 사이에 위치한 중흥2동은 현재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사업(2018년 선정/사업기간: 2019~2023년)대상지이지만 아직 실체적인 변화는 없었다. 3개월 전에 개장한 북구청년센터가 눈에 띄었고 새롭게 카페와 펍(PUB) 몇 곳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5시부터 걸었음에도 날씨는 후텁지근했고 거리에 사람들은 드물었음에도 이면도로와 골목에는 온통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

답사가 끝나고 나서 한 카페에 앉아 각자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했다. 독특한 2층 단독주택의 양식, 프랜차이즈 점포의 분포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단독주택과 원룸의 뒤섞임이 혼란스러운 공간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느 골목에나 차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모습은 광주의 여느 주택가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함께 둘러본 정문거리에 공원도, 작은 도서관도, 나무도 꽃도 없다는 것이 새삼스레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

전남대 정문에는 직선으로 구획된 거리에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나 공적 공간이 거의 없다.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 되면 아마도 문화공간과 쌈지공원이나 공영주차장 등의 공적 공간들이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적 공간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할 것 같다. 첫째는 공적 공간의 운영 주체로 주민과 청년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사업이 종결되고 공적 자금이 투여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공간이 운영되기 위한 인적 자원들이 성장해야 한다. 둘째는 현재 공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를 줄이거나 일정 시간 '차 없는 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거리와 골목의 차들은 위험하고 공간 부족을 야기하며 새로운 공적 공간의 출입과 이동의 동선을 가로막는다. 커뮤니티의 성장과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도시재생 사업 구역의 한 블록에라도 실현할 수는 없을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각뿐만이 아니라 습관도 바꿔야 한다. 차 없는 생활과 결별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적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시민성도 갖춰져야 한다. 중흥2동 일대의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차 없는 거리와 청년세대들이 꿈꿀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들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공모사업과 프로그램에 청년세대를 호출하고 집어넣을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과 주민과 만나 자신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빈 공간과 거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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