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향, 자랑스러운 우리 광주

@송형택 언론인 입력 2020.05.31. 13:23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이 의병이란 용어의 유래는 조선 7년 전쟁인 임진 정유 두 왜란에 있다고 할 것이다. 1592년 4월 13일이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군 선봉대 1만 8천700명이 탄 700여 척 병선이 쓰시마 오우라항을 출항하여 부산포로 왔다. 부산 첨사 정발은 전사하고 부산성이 함락되었다. 다음날 동래성을 공격했고, 역시 동래부사 송상현도 항전하다 전사했으며 동래성도 함락되었다. 이렇게 진행된 7년 전쟁은 특히 한반도 서남쪽을 초토화 시켰다. 이에 들불처럼 일어나 향토와 나라를 지킨 것이 바로 의병이다.

임진 초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양의 제 6군 고바야가와 다카가게에게 곡창 호남 정벌을 명했다. 이에 창원 주둔의 별군 2천이 나섰으나 의령 정암진에서 곽재우 의병에게 대패하자, 직접 호남정벌에 나섰다. 하지만 의병과 관군의 강력한 저항과 방어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하고, 9월 17일 경상도 성주로 퇴각했다. 이때 히데요시가 다카가게에게 의병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

'의병이라? 도대체 의병이 무엇이냐?'

'스스로 일어나 싸우는 백성입니다.'

이에 히데요시는 정묘년 재침 때에 각 장수들에게 반드시 호남을 점령할 것,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의병의 씨를 말릴 것을 지시했다. 병사 1인당 의병 3개의 코를 베어오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코를 2천개씩 담은 1천여개의 항아리가 일본으로 갔다. 당시 이 잔인하고 참혹한 광경을 이수광은 그의 '지봉유설'에 기록했다. '왜군이 마을에 침입하여 아녀자들을 겁박했고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들을 작두 아래 눕혀 인질로 삼았다. 이렇게 '죽은 사람의 시체가 뒤죽박죽 엉켜 산더미 같았다.' '무작정 죽인다고 협박해 코와 귀를 자르는데 순순히 응했다'는 기록은 바로 지옥의 모습이다.

이 코무덤이 일본 교토시 한복판인 도요토미 신사 앞에 있다. 그곳뿐만이 아니다. 오카마야현 비젠시 성주 로고스게가 가져간 코무덤도 있다. 이는 1993년 한 스님의 노력으로 지금 전북 부안군 상서면 호벌치 유적지에 이장되었다. 예전에 우는 아이를 그치게 하는 말로 '이비야'가 있었다. 이는 귀, 비는 코, 야는 남자를 가리키니 당시의 참상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6월 1일이 의병의 날인 것은 곽재우가 의병의 깃발을 세운 임진년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런데 옥과 출신 유팽로가 '전라도의병진동장군유팽로(全羅道義兵鎭東將軍柳彭老)'라는 대청기를 들고 거병한 날이 4월 20일이다. 양력으로 따지면 5월 30일이 의병의 날이다. 유팽로의 '월파집'에 '무명 37인과 임진년 5월 11일 임실 갈담역 전투'를 치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의병군이 거둔 전국 최초의 승전보이기도 하다. 이 역시 곽재우 의병이 의령 정진에서 왜병과 싸운 5월 26일보다 앞선다고 육군사군학교에서 가르친다.

아무튼 우리 광주는 조선의병, 한말의병을 비롯하여 의향이라는 이름처럼 의가 차고 넘친 고장이다. 충장로는 팔도의병장 김덕령 장군을 기린다. 금남로는 노비에서 장군에 오른 정충신 장군을 기린다, 제봉로는 임진초에 금산전투로 왜병들의 호남진출 맥을 끊은 고경명 장군을 기린다. 회재로는 매월동 전평제를 만들고 임란 의병의 장비와 양식을 조달했던 박광옥 장군을 기린다. 죽봉로는 한말 호남 제1의병장 김태원 장군을 기린다. 서암로는 서방 사거리에서 운암 고가도로에 연결되고, 설죽로는 일곡지구 동아아파트에서 신안다리에 이른다. 이 두 다리는 전국 유일의 부자의병장인 서암 양진여와 설죽 양상기를 기린다. 이들 부자의병장은 1910년 대구 감옥에서 두 달 차를 두고 처형되었다. 이뿐인가? 너릿재에서 숨져간 이름 없는 숱한 한말 의병, 그리고 망월동에는 5·18의병인 민주영령이 자랑스러운 의향 광주의 깃발로 펄럭이고 있다. 바라만 봐도, 생각만 해도 든든한 무등산 아래 빛고을은 그렇게 의향이다. 특정 날짜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역사로나, 인물로나 의병의 날에 가장 자랑스러운 고장이 우리 광주가 아닌가 싶다.

송형택  광주그린카진흥원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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