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어(手語), 세상과 마음을 잇다

@신수정 광주광역시의회 의원·환경복지위원회 입력 2020.02.26. 18:00

'세상을 잇다, 마음을 잇다’ 몇 해 전 어느 통신사 광고 속 문구이다. 어떤 기술도 사람이 중심일 때 빛이 난다는 것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연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말이지만 요즘 들어 문득 생각난다.

지난해 10월 15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그동안 갈등을 겪던 수어통역센터가 이사회에서 폐쇄를 결정했다. 그 원인은 농아인협회와 통역사들로 구성된 노조와의 갈등 때문이다. 갈등은 2014년 7월 수어통역센터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해 센터 운영 주체인 농아인협회와 통역사 간 극심한 대립으로 수어통역센터 폐쇄라는 결정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1998년 세워진 수어통역센터는 우리지역 1만여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수어통역센터 소수의 통역사들이 광주에 사는 청각·언어장애인 1만 여명의 통역을 담당하며 병원 진료, 민원, 경찰 조사나 재판까지 20년 넘게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입과 귀가 되었다. 이러한 수어통역센터가 폐쇄되고 농아인들이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단순한 불편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시의회와 광주시에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농아인협회와 통역사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고, 대화를 통해 양측의 의견을 가감없이 듣고 관계기관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저를 포함한 박미정 환복위원장님과 환복위의원 등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수어통역센터 관련 당사자를 대상으로 면담과 설득을 통해 올해 1월 10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시의회, 농아인협회, 복지관, 수어통역사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극심한 갈등으로 대화조차 어려웠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TF팀을 꾸리기로 하여 수어통역센터 관련 갈등 해결에 청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열여섯 번의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 면담, 네 번의 간담회 등 총 스물두차례의 간담회와 회의, 그리고 TF회의 2차례를 거치면서 수어통역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무려 6년째 지속돼 오던 수어통역센터 운영방안에 대해 합의를 했다.

합의결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수어통역서비스는 시립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총괄운영하여 수어통역서비스 관련 민원을 통합접수하고 각 구 장애인복지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보다 체계적인 통역사 인력관리를 통해 효율적인 통역서비스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수어통역사를 공개 채용하기로 하고 지난 14일부터 공개 채용 절차를 진행하였고 광주시와 시립장애인복지관은 수어통역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관 서비스 운영규정과 수어통역사 공개채용에 따른 제반 행정적 절차를 신속하게 완료해 3월중으로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농아인쉼터를 내년 예산에 반영해 동·서·남구 제1권역과 북·광산구 제2권역에 우선 설치하고 점진적으로 각 구로 확대하기 위해 시와 의회가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일을 통해 ‘진정한 연결’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까지 수어통역센터는 단순히 수어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물리적 공간에 불과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수어통역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마음을 연결해 줄 교류 장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닌 얼굴을 마주보며 진심으로 나눈 ‘대화’였던 것을 보면 그러하다.

수어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장애를 비장애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수어를 통해 청각·언어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며, 단순히 의사 전달 수단이 아닌 청각·언어장애인과 수어통역사 간의 마음을 이어 세상을 이어줄 창구로 나아갈 것이다. 통역사와 청각·언어장애인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신수정(광주광역시의회 의원·환경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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