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임태균 광주시 북구청년정책위원 입력 2023.09.26. 14:36

왜 우리는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는가?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바로 우리가 슈퍼히어로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라는 장르가 탄생한 것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으로 어려운 상황 덕분이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념이 대립하고 무엇이 옳고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 때,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해결되는 것들은 없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해결해 줄 누군가를 갈망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슈퍼히어로 영화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대에 사람들은 슈퍼히어로에 열광을 할까?

만화가 마크 밀러는 "호황기에는 일반적으로 슈퍼히어로의 죽음을, 경제 불황기에는 인기가 급상승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부패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가득 찬 시대에 슈퍼히어로를 갈망하고 이타심의 상징으로 이 일이 해결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상에서 초능력을 가지거나 마법을 부리는 슈퍼히어로는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중재하거나 해결해 줄 정치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정치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만, 정치란 '자신의 가치와 의제를 다수의 지지를 받아 현실화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며, 우리 주변과 생활을 바꾸고 생각의 차이나 다툼을 해결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해주길, 국가와 정치인들에게 원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정부시대, 정치가 상실된 시대라고들 말한다. 왜 그런걸까?

그것은 아마도 지금의 시대에 정부와 정치인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보이지 않아서 인 듯 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장과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 시대의 공공성과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허구적이거나 사이비적으로 느껴진다.

지속돼 온 정치적 실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 특히 2030세대의 정치혐오에 가까운 생각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빈곤을 부른다.

세월호 참사부터 지난해 이태원 참사, 그리고 각종 산업재해, 아파트 붕괴사고, 순살자이 등 건설과 부동산 문제, 잼버리파행 사태, 양평-서울 고속도로노선변경, 홍범도 장군 논란, 고 채수근 상병사건으로 인한 진실 공방 등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 어떤 부분에서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대다수 시민들의 반응이다. 그렇게 각자 도생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마블 히어로 스파이더맨 영화 대사 중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이 말은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일부 어감이나 뉘앙스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줘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는 말로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서양에서 기원전부터 다양한 문학작품과 유명인들에 의해서 널리 사용돼 온 문장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제 사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주로 무협물에 등장하는 '의'와 '협'이라는 이름으로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요구돼 왔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영향이나 스케일이 다르니, 사용하기 전에 책임감 있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갖고 언제나 신중하게 활용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주관적인 기준만으로 힘을 남용했다가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거나 한 나라의 사회적 상황이나 구조가 매우 나쁜 쪽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힘을 이기적으로 남발하면 언젠가는 자신이 저지르고 다닌 악행의 대가가 평생의 업보이자 과오로 되돌아 올 수 있으니 힘을 사용할 때도 적절한 선을 지켜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뜻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사악한 피터 파커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을 "큰 힘에는 큰 기회가 따르고, 그 큰 기회들을 다 얻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삐뚤어진 사상 말이다.

권력자든 히어로든 평범한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삶에서 계속해서 선택의 갈림김에 선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자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 히어로, 협객 또는 사기꾼, 악당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임태균 광주시 북구청년정책위원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