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광주지역 청소년 배달노동 현안과 대안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2.12.06. 13:04

지난달 23일 오후 3시 광주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서 '2022년 광주시 청소년 배달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배달노동자의 평균 근무 일수는 주 5.5일,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주중 6.3시간, 주말에는 7.2시간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가입율 또한 42.3%에 그쳐 절반 이상의 청소년 배달노동자들이 산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또한 대행업체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은 42.3%로 사업체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하는 안전교육을 하지않고 있는 것도 드러났다.

플랫폼 산업 발달로 노동은 '일터' 중심에서 '일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배달 노동이다. 고객이 음식점에 전화하고 음식점이 고용한 노동자가 배달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이제 우리는 어플을 통해 주문하고 음식점은 배달대행업체를 거쳐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전년대비 78% 증가해 11조9천985억원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비대면 문화가 형성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2년 7월 배달의 민족의 배민라이더 채용응모의 경우 응모 시작 18일 만에 1천명이 모였으며 배달 대행업체인 바로고는 올해 2월 신규 라이더 규모가 1월 대비 86.2%가 증가했다. 자유로운 출퇴근, 단시간 고수익 등의 배달노동의 이미지는 특히 젊은 층들에게 편안하고 좋은 직업인 소위 '꿀직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팽창과 동시에 그만큼 산업재해, 부당노동행위 등 많은 문제들이 배달노동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에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더해져 고용불안정,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 기존 노동문제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 사이 배달노동자 사망자는 9배 가까이 늘었다. 수요의 급증에 따라 배달 사고도 정비례 한다는 지표들은 배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입증한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플랫폼 사업들은 몇 년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타다 드라이버, 배민 라이더-커넥터, 카카오대리, 쿠팡 플렉스. 가사노동서비스 미소 등이 그러하다. IT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수요자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자라 불린다. 자본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를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구인·구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거대자본이 디지털을 통해 노동을 중개한다는 것이 플랫폼 노동의 기본 개념이다.

배달노동에서 가장 큰 노동현안은 바로 산업재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를 가리키는 사고사망만인율을 보면 배달 노동자가 산재 다발업 '톱'인 건설업보다 9.4배 높았다. 배달노동자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017년 6.4%, 2018년 11.94%, 2019년 7.58%, 2020년 10.47%, 2021년 6.96%, 2022년 6월로 9.16%였다. 이는 일반 서비스업종 0.06%의 152.7배, 전 업종 0.23%의 39.8배에 달하며 건설업 0.9% 보다도 1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올해 5월 26일 국제 법사위원회가 특정사업에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하며 플랫폼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매년 증가하는 산재사망사고비율을 보면 여전히 갈길이 멀다.

청소년들은 청년들에 비해 노동하기가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64조에 따르면, 15세 미만인 사람과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사람은 노동자로 사용할 수 없다. 단,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을 지닌 사람은 예외다.

다시 말해 15세 미만이거나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사람들은 취직인허증 혹은 후견인 동의서 없이 노동자로 일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자리가 필요한 청소년 노동자들과 배달을 소화하려는 업체들 사이에는 근로계약서와 적절한 대우를 뒤로한 채 필요에 의한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오토바이를 탈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지만, 사고가 나면 청소년들은 산재보험 처리가 미비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2021년 3월 청소년 유니온과 (사)유니온센터는 경기도 군포지역 만 15세~19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배달노동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가운데 배달사고 경험이 있는 30명 중 산재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했다는 노동자는 4명(13.3%)에 불과했다.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응답자는 11명(36.7%), "개인 보험으로 처리했다"는 7명(23.3%)으로 응답자 중 절반(18명) 이상이 업무 도중 사고를 개인 비용으로 뒷수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명은 '회사 비용으로 사고를 처리했다'고 답했다. 71명 중 절반 이상은 산재보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재 보험료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44명(62%)이 "모른다"고 답했다.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토바이 보험을 타인명의로 가입하고 청소년에게 오토바이를 맡기고 있다. 그러니 사고가 나면 온전히 제 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오토바이 수리비용이나 리스비를 불법적으로 청구해 '족쇄'를 채우는 업체도 있었다. 조사에서는 청소년 배달노동자 71명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소유 여부를 물었는데, "자기 소유"라고 응답한 사람은 12명(16.9%)에 그쳤고, 임대료를 내며 사용하는 경우는 42명(59.1%)에 이르렀다. 무상으로 업체 오토바이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7명(23.9%)이었다.

이른바 리스 족쇄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불법행위는 관리자가 고의적으로 오토바이 수리비를 청소년들에게 청구하고 수리비를 갚을 때까지 무급으로 노동을 시키기도 하며, 중간관리자를 통해 할당된 배달건수를 못채우면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의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정황도 면접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고객으로부터 폭언도 드러난다. 배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어린나이를 문제 삼는 폭언의 경험은 비청소년 노동자들에 비해 청소년 라이더들이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6년 콜센터로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2017년 제주 삼다수 공장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의 산재사고, 2021년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 군 산재사망사고 등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10대는 이들만이 아니다.

2016년~2018년 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는 3천25명이었고 그중 68.7%가 비정규직이었다. 산재 신청 제도를 모르는 10대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청소년이 일터에서 다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이는 제도를 알고 보상받은 숫자다. 현실에서는 몇 배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다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 중 21~42%가량이 은폐된다. 매일 2.7명, 한 해 1000여명의 10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공부해야지 무슨 알바냐', '자리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지'라는 인식은 청년 노동자들을 착취와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청소년 노동문제가 지닌 문제들이 배달 노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며, 거기에 '초단시간-플랫폼-비정형노동 '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게 된다.

음식은 자영업자가 만들고, 배달은 배달노동자가 한다. 그러나 돈은 배달의 민족과 대행업체가 챙겨간다. 일감이 모이는 공간만을 제공해주는 배달 플랫폼기업은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재주는 노동자가 넘고, 돈은 거대자본이 챙겨가는 이 아이러니에서 건물주가 꿈이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자조적인 말에 감히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청소년 노동의 가장 핵심은 이 모든 문제들이 10대가 일하는 것을 '노동' 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고용주들은 어리고 일이 미숙할 것이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시각으로 10대의 노동을 바라본다. 특히 배달대행의 경우 10대를 자영업자 신분으로 만들면서 법 위반을 넘어 법의 사각지대로 청소년을 내몰고 있다. 일자리 경험이 처음인 10대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등의 부조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하여 공교육에서의 노동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노동인권 교과서가 발간되며 광주는 노동인권 교과목을 개설해 수업하는 유일한 지역이 되어 타 시도 교육청에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크다.

광주지역 13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노동인권수업을 받는 학교는 5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선택교과로 편성돼 있기에 수업시수도 적고 특성화고를 제외한 학교들에서는 아예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2019년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가 제정되며 의무화를 못 박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인권 교육이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노사 관계나 노동자, 노동조합을 갈등으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노동이나 파업이 무엇인지 또 왜 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필요하다. 진로 교육만 봐도 적성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내가 가서 일해야 할 곳에서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노동시장에 왜 10대가 진출해야 하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학생 신분 혹은 10대가 밑바닥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회 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 10대들이 겪는 부조리를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출한 청소년의 권리보호를 위해 감독을 강화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호소할 수 있는 노동센터가 더 늘어나야 한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