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흑해 넘어가는 노을이 와인에 취하 듯

입력 2020.10.29. 14:30 조덕진 기자
화가의 안식년,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
<49>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바투미' (상)
트빌리시 사람

그리움이 짙어져서 영혼이 점차 말라가던 사람이 바다에 가면 바다는 이렇게 말해준다. "나는 수 만년 동안 그리움을 채워가는 중이야"라고. 지평선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발끝을 적시면 그리움을 전해주는 그 차가운 촉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말없는 침묵으로, 어느 날은 견딜 수 없어 한꺼번에 토해내는 굉음으로 바다가 들려주는 지난한 이야기들.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 무렵 완행버스에 몸을 싣고 남해를 간 적이 있다.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 해안을 타고 달리다 낮은 언덕을 넘어가면 이윽고 남해의 끝 미조포구에 다다른다. 포구에서 세상의 모든 작은 눈물이 내려앉고 있었다. 작은 배를 만드는 맞은편 산 위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안에는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과 가로등이 구부렁한 모습으로 고개 인사를 하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트빌리시 어느 허름한 골목길에서 블루스 블루스를 연주하는 노인의 모습이다.

가로등에 기대어 귀에서 어른거리는 색소폰 소리에 취해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별은 지상의 일에는 하등 관계없다는 듯이 짙은 밤하늘을 떠돌았다. 바람은 소리 없이 마을 지붕에 내려앉아 슬그머니 몸을 감추었다. 막차를 타고 섬을 떠나며 낡은 수첩에 시를 끄적거렸다.

푸른 들길

조지아는 바다가 귀한 나라이다. 삼면이 북 코카서스 산맥과 남 코카서스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바다를 만나기가 어렵다.

서부방향의 흑해 연안으로 가야 비로소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해안은 조지아 동부지역에 위치한 수도 트빌리시에서도 거리가 멀다.

흑해와 맞닿아 있는 조지아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는 남서부 쪽에 있는 바투미(Batumi)이다. 바투미는 남쪽 터키 국경에서 1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육로를 통해서도 터키를 갈 수 있다.

아코디언 켜는 소년

바투미는 조지아 여느 곳에서든 보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산악 지역의 고산과 초원, 석조로 지은 오래된 정교회 등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풍경이 조지아의 전형적인 모습인 반면 바투미는 현대식 유명 호텔과 흑해 해변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곳곳에 조성된 조각품과 건축 기념물이 즐비하여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현대로 들어선 느낌이다. 휴양도시답게 카지노나 레스토랑, 독특한 미를 갖춘 카페들이 모여 있어 또 다른 여행의 시간 속으로 들어선 느낌이 든다.

험준한 산악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들은 가파른 도로변에서 조지아 아낙이 건네준 커피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바투미 해안가 힐튼호텔 20층에 위치한 Sky Bar Nephele 야외 테라스에 앉아 저물어가는 흑해의 일몰을 보며 마시는 커피의 깊은 맛과 향도 기억할 것이다.

이런 날은 캐리어에 넣어놓고 입지 못한 반듯한 슈트를 꺼내 입고 교양과 품위 있는 몸짓이 제격이다. 여신 같은 자태의 조지아 여인이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흑해의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묻어 있는 커피를 혼자 음미하는 것도 이국의 쓸쓸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의 묘미이리라. 해변 바닷가 곁에 있는 호수에도 흑해를 넘어가는 노을이 와인에 취하듯 붉게 물들어간다.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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