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건널목을 지나던 A씨가 전동킥보드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전동킥보드에 치인 보행자가 사망한 첫 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인해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새롭고 편리한 것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 묻히고 말았다. 그 사이 전동킥보드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447건으로 거의 4배 가까이 늘었다. 사망자 또한 2017년 4명에서 2019년 8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전동킥보드는 어느덧 도로 위 또 하나의 흉기가 돼버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동킥보드의 무분별한 운행에 대해 제동을 걸려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지난 10일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 수단으로 보아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일정한 자격 면허 없이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고도 탈 수 있도록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원래 전동킥보드에 관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이용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의되었으나, 개정 논의 중 면허조항이 삭제되면서 되려 사고 위험을 키우는 법안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이러한 개악에 대해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강화된 도로교통법의 시행 시기가 내년 4월로 늦춰지면서 완화된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기간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처리 및 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질의가 넘쳐나고, 학부모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로부터 어떻게 자녀들을 보호해야 하는지와 사태를 방치한 정부에 대해서 비판하는 등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졸속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 때문에 발생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도로교통법을 둘러싸고 발의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책임 공방까지 벌이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선 법 개정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경제 논리가 반영된 탓이 크다. 전동킥보드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되던 시기는 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전동킥보드 업계의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던 때였다. 이러한 논의와 맞물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해 발의된 개정안이 경제적 측면만 강조되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엉뚱하게 이용 가능한 연령대는 낮아지고, 운행을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다'는 조항까지 삭제되는 원래의 취지와는 완전히 벗어난 법안이 되고 만 것이다.
또한 도로 교통에 관한 법을 다루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현실 인식도 문제다. 전동킥보드에 대해 입법을 하거나, 법률을 개정하려면 현재 어떻게 운행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전동킥보드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데 그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학부모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자동차 소유가 어려운 젊은 층의 이동 편의성 확보도 좋지만, 마음 편히 인도를 걷고자 하는 다수 국민의 안전 보장에 앞설 수는 없다. 내년 4월 다시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적용되기 전 작금의 혼란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에 대한 보장은 결국 전동킥보드 사용자가 보행자의 안전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과 국민 각자가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주위를 살펴 걷는 등의 안전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상황을 악화시킨 국회가 원망스럽지만, 앞으로도 도로교통법처럼 법이 개악되는 일은 없는지 국민과 함께 엄중히 지켜보고자 한다. 양선우 변호사(법률 사무소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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