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은 2007년에 확정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개관했다. 지금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옛 전라남도청사 뒤편에서 시민의 훌륭한 안식처가 돼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문화전당의 운영 등에 관하여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을 중심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시아문화도시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그 주요 골자가 문화전당에서 아시아문화원의 사업과 조직을 흡수해 조직을 일원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문화전당을 위탁 운영하여 오던 아시아문화원을 해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반발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개정 법률안에는 '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의 교류·교육·연구와 아시아 문화 관련 콘텐츠의 창작·제작 등 공공성이 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이를 국가기관으로 운영해야 할 당위성이 있고, 문화전당-문화원이라는 이원체계로 운영함에 따른 의사결정의 혼선,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직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유를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발의된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하다. 우선 개정 이유 중 문화전당이 갖는 공공성이 강한 역할 때문에 국가기관으로 운영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는 지적은 현재 문화전당을 위탁하여 운영하는 아시아문화원도 이미 문체부의 지휘 및 감독 하에 있는 준정부기관의 지위에서 그간 문화전당의 운영을 시작부터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문화전당-문화원이라는 이원체계로 야기되는 의사결정의 혼선,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의 혼선이 있었고, 운영상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또한 대책으로 내놓은 문화전당재단 설립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전당-문화원의 이원체계에서 전당-재단의 이원체계로 바뀐다고 개정안에서 지적하는 의사결정의 혼선 문제나 비효율성 문제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되려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또 개정안을 발의한 측에서는 문화재단의 설립을 통해 수익사업을 수행하고 문화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근거가 빈약하다. 이미 아시아문화원은 5년 전부터 콘텐츠 창·제작업을 통한 수익사업을 수행해왔고, 이러한 수익사업의 수행 주체가 반드시 문화재단이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통해 설립할 문화재단의 업무가 현재의 아시아문화원과 동일하다면 굳이 문화재단을 새로 설립할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개정안 어디에도 문화재단이 아시아문화원의 업무 그 이상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개정안은 아시아문화원을 해산하면서 현 문화원 소속 직원의 고용 승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개정안이 아시아문화원을 해체하고 신설 재단을 만들어 사실상 아시아문화원의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실제 개정안은 아시아문화원의 폐지로 수반되는 직원들의 자동 해고를 허용하는 문제를 담고 있음에도, 법 개정에 따른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문화원 및 그 임직원등 당사자의 의견수렴이나 설명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절차상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설립이 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신설 기관이다. 따라서 조직과 운영이 완비된 유사 기관 등과 동등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운영 과정의 미비점은 협의를 통해 고쳐 나가면 된다. 아시아 문화원은 2020년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주요사업 부문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는 등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개정안처럼 매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일자리를 불안하게 한다면 지난 5년간 헌신해왔던 직원들의 노력은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하는가.
이름만 바꾼 전당재단신설이 조직 일원화를 구실로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 올지 모른다는 직원들의 불안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문화 전당 법률 개정안이 입법을 빙자해 대량 해고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이명기 변호사(법률사무소 강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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