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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과로사 인정 국가가 좀 더 열린 자세를 보여 줄 때다

@박생환 변호사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 입력 2020.03.24. 11:14 수정 2020.03.24. 19:59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방역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및 의료진들의 격무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살인적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비상근무를 해오던 전주시 7급 공무원 A씨(43)가 숨졌다. A씨는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평일에도 새벽 1~2시에 퇴근한 끝에 집에서 잠들었다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한 것이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전형적인 과로사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달 25일에는 법무부 공무원이 "일이 많아져서 힘들다"며 유서를 남기고 동작대교에 투신하기도 했다. 이른바 '과로 자살' 사건이다.

산업현장에서 과로사 및 과로 자살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에 비해 과로사 또는 과로 자살로 인정받아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과거에도 업무급증, 민원 스트레스로 과로사 또는 과로 자살 사건이 '산재' 또는 '순직'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하고 대부분 죽음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필자 역시 보험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다양한 산재사망 사건, 공무원의 공상 사건을 다루게 된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서 온 몸을 바쳐 일하다 황망하게 떠난 경우 남은 유가족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평소 민간 보험회사에 많은 보험을 가입했다면 그나마 생계에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 가장들은 가족의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해 자신을 챙길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경우 유가족이 기댈 곳은 국가의 산재보험을 통해 과로사로 보상받는 수밖에 없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는 근로복지공단에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과로사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그런데 보상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법은 법률과 시행령 등을 통해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에 맞춰 과로사를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는다. 공단이 사망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조사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업주는 불이익을 염려해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온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공단의 업무 태도도 과로 보상을 가로막는요인이다. 산재보상업무를 맡은 곳이 일종의 국가기관이다 보니 책임 여부를 먼저 따지면서 산재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때문에 산재보상을 신청해도 인용되는 경우는 드물게 된다. 국가에서 왜 산재보험을 직접 관장하는지 설립목적을 생각해 본다면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에 이제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조금은 입증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정황이 보인다면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통해 심층적인 근로환경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유가족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받는 불이익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입증부족으로 쉽게 기각결정을 내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유가족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소송의 특성상 법률적 지식이 없는 유가족이 제대로 된 판결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대부분 유가족은 과로사에도 불구하고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드시 필요한 지점임에도 국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전주시청 공무원 A씨처럼 가장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사건은 가족 구성원을 궁지로 몰아넣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해다. 지금은 좀 더 열린 자세로 산재보상 인용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추경예산을 늘린다고 한다. 그 예산 중 일부만이라도 산재보험예산에 편성된다면 더 많은 과로사한 근로자 가족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있는 이때 국가가 왜 직접 산업재해보험 업무를 관장하는지 그 의의를 생각해 볼 때다. 

박생환 변호사 (박생환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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