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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배드 파더스' 무죄 판결은 양육비 문제에 눈감은 국가에 대한 경고다

@임화영 변호사(법무법인 무등 종합법률 ) 입력 2020.03.10. 13:55 수정 2020.03.10. 14:59

지난 1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은 '배드 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 활동이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받는 고통을 알리기 위한 공공 목적으로 판단했다.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다.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비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부모가 이혼을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양육비 이행률은 얼마나 될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구중 78.8%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육비를 지급해야할 부모 5명 중 4명꼴로 양육비를 떼먹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알리는 '배드 파더스' 사이트까지 탄생하게 했을까.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선은 제도의 낮은 실효성이 주된 원인이다.

현재 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채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과태료 및 감치명령 등이다. 하지만 급여에서 바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한 직접지급명령은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경우에는 담보제공명령도 적용이 어렵다. 최후의 수단으로 감치 명령이 남지만 감치 명령은 형사상 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양육비 채무자가 작정하고 도망가면 그마저 효력을 거두기 어렵다. 실제로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실거주지와 다르게 등록해놓고 잠적한 채무자도 적지 않다. 이마저도 당사자가 직접 혹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부모들은 생계가 우선이다보니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현행 제도 안에서 문제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자, 한 개인이 '배드 파더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실태를 고발한 것이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에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이름, 거주지역, 사진 등 개인정보를 게시해 명예훼손의 위험을 무릅쓰고 신상을 공개하는 결기를 보여준다. 현재까지 약 400여명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 중 128명이 양육비를 받아내는 성과를 냈고,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2억 4천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 사람도 나타났다고 한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는 분명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민간이 해결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는 문제도 던졌다. 특히 신상공개처럼 개인의 인격권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OECD 국가들은 양육비 미지급을 형사 범죄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나서 양육비채무자의 이름, 주소 및 자산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심지어 양육비 연체자의 여권발급을 제한하거나 여권을 취소하기 까지 한다. 캐나다 역시 각종 면허 신규발급 거부 및 면허 정지 등 행정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는 곳도 있다.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양육비 대지급제 및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에 관한 여러 법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현재도 8개 정도가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처럼 양육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그동안 양육비에 대해서는 가족 간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육비는 아동 생존권의 최소한의 장치다.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국가가 양육비를 보장하는데 앞장섰다면 '배드 파더스' 사이트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더이상 양육비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안될 시점이다. '배드 파더스 무죄 판결'은 양육비에 무책임한 개인에 대한 경고이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국가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임화영 변호사 (무등법률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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