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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어린 가수들의 “살려 달라”는 외침 더 이상 외면 말아야

@김승용 입력 2019.12.03. 10:42

이명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강천)

얼마 전 가수 겸 배우 설리와 구하라가 연이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생사를 초월하기 위한 연마를 평생 해왔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어린 청춘들의 황망한 죽음 앞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이어서 나온 말이다. 특히 설리나 구하라같은 인기 연예인 자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연예인 자살은 대한민국의 어린 연예인이 다른 일반 국민보다 훨씬 더 자살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노출된 위험에 적절한 예방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연예인의 최근 자살은 단순하게 연예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더는 방치 할수 없을 정도로 시스템 부재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만큼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은 인신공격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설리나 구하라의 자살에서 보듯 악성 댓글과 같은 사이버상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그들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악플이라는 무차별 공격을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악플로 여성연예인을 공격하는 공범자들이 넘쳐 나고 있다.

우리는 여성 연예인을 그저 소비의 대상, 유희의 소모품 정도로만 취급해왔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연예인을 선망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도 크다는 점에서 연예인 자살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어쩌면 설리와 구하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살려 달라!”는 신호를 여러 번 보냈지만 우리가 애써 모른 척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악플이 그토록 판치도록 놔두는 것이 정말 괜찮은지도 이제는 답을 해야 한다.

현재 타인을 비방하는 악성 댓글은 형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소정의 (사이버)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악의적 비방행위는 비방의 기법과 수준이 과거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전파속도도 빠르고 댓글의 수준 자체가 어린 여성 연예인이 견디기 힘들 만큼 파괴적이다. 또한 어린 여성 연예인의 삶을 파괴할 정도의 악플은 피해 회복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애초에 정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경미하다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익명게시판에 악플이 게시될 경우에는 가해자를 특정하는 것도 어렵고, 너무 쉽게 글을 썼다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범죄의 입증도 곤란해 피해자가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들이 모두 사후적 구제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악성 댓글을 억제하기 위한 사전적인 예방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인터넷 실명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거나 악성 댓글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등에게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제까지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고 게시판 운영에 따르는 경제적 이득만 취해왔다. 이들에게 자체적으로 악성 댓글 정화를 위한 노력을 다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도 인터넷 게시글 등으로 인한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모욕 등의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중에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 정보 유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사용자의 IP를 차단하거나 이용을 중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어느 정도 악플 규제가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 한다.

이제라도 제2의 설리, 구하라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이 보내는 삶의 구조 신호를 우리사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 시스템을 주도할 권한을 갖고 있는 위정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외침을 들어주어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전부 꽃밭은 아니라 해도 언젠가는 꽃밭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어린 생명들을 살게 해야 한다. 그런 희망마저 없다면 이 땅이 저승과 무엇이 다른가. 어린 연예인들의 살려달라는 신호를 왜 듣지 못하고 있는지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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