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듣고 폭행 당해도 공무원은 참아라?

입력 2021.04.14. 19:45 임장현 기자
여성 공무원에 욕설·신체접촉 심각
솜방망이 처벌로 재발 위험 도사려
지난 9일 오전 11시 곡성군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곡성군지부 등 3개 단체가 민원인의 갑질 및 폭행 사건에 대해 군청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군청에서 일하는 직원과 잤다는 루머나, 여성의 성기를 비속어를 섞어 고함치는 민원인들 때문에 여공무원들이 책상 밑으로 숨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 정오께 곡성군청 현관에 민원인 A씨는 핸드폰으로 트로트 노래를 틀었다. 그러더니 주민복지과로 향해 쉬고 있던 군청 여직원 3명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비속어를 쓰며 고성을 지르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A씨는 이날 경찰의 즉결심판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접근 금지 등 군청 직원 안전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언제 A씨가 다시 나타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A씨는 이전에도 여성 공무원에게 면도날로 상처를 입히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신체 접촉으로 악명이 높았다.

또 다른 사례. 지난 달 23일 오후 4시40분, 민원인 B씨는 가사간병방문서비스 관련 민원을 제기하러 왔다가 양산으로 담당 공무원의 얼굴과 복부를 때렸다. 맞은 직원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갈 정도였다.

B씨는 이후에도 군청에 하루 30여 건의 전화를 걸고 피해자에게도 하루 3회 이상 전화를 하는 등 지난해 7월부터 900건 넘게 전화를 해댔다. 피해 공무원은 B씨를 담당하고 있어 그의 접촉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기초수급자라는 이유로 B씨는 훈방 조치됐다. 이처럼 악성 민원을 상대하는 지역 공무원들이 민원을 대처할 뚜렷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곡성군지부는 민원인 A씨, B씨 등의 사례를 공개하며 최근 벌어진 악성 민원인의 욕설 및 폭행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곡성군청을 상대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명화 전공노 곡성군지부장, 이해준 전공노 전남본부장, 황인권 공공연대 곡성군지부장 등은 민원인의 갑질 및 폭행 사건에 대한 강력대응을 촉구했다.

이해준 본부장은 과도한 '친절' 강요로 인해 공무원들이 피해를 입어도 고발 등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해도 '민원인을 고발하면 지역 이미지 어떻게 되냐', '너가 일 처리나 설명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들이 부서 배치나 인사 고과에도 반영돼 결국 공무원들은 쉽게 대응에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 본부장은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왜 공무원들이 민원인의 욕설,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얼굴을 폭행하는 행위를 당하고도 감내해야 하느냐"며 "곡성군청 직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고성, 갑질,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곡성군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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