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흥정','넉넉한 인심' 등 시장의 재미
상인들, 코로나에도 찾아준 시민들에 감사
고향 못찾는 자식에게 보낼 생선 찾는 시민도
"아따 쪼개 더 깍아주랑게."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26일 오전 찾은 여수 수산시장.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희(53)씨가 손님의 가격 흥정이 들어오자 흔쾌히 응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발길이 뜸하던 손님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다시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가격 흥정마저도 반가웠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주만 해도 우리 시장에 인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명절 전이라서 그런지 손님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변을 보면 문 닫는 가게도 많은데 가격을 흥정할 수 있는 손님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근 또다른 시장인 여수 서시장에서도 설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의 정겹고 훈훈한 풍경이 있는그대로 재현됐다.
시장 안 분식집에서는 '2인분 같은 1인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딸과 함께 식당을 찾은 남성은 푸짐한 떡볶이 양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성모(8)양는 "분식집 이모가 떡볶이를 엄청 많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예쁘다고 덤으로 튀김도 주셔서 너무 좋아요"라면서 "시장에 와보니 생선이랑 육고기, 전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신기한 볼거리가 많아 즐거웠어요. 아빠를 따라오길 잘한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지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력을 되찾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에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물어 스산하기까지 했던 지역 전통시장이 설 명절을 맞아 제수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차례상에 올릴 각종 제수용품을 손질하는 상인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이고, 질 좋은 제품을 먼저 사기 위해 길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시장안 여기저기서 가격을 이리저리 흥정하는 드높은 목소리에 한동안 조용하던 지역 전통시장은 왁자지껄 흥이 넘쳤다.
특히 수산물이 풍부한 여수 수산시장과 교동시장, 서시장에서는 민어와 돔, 조기, 서대, 양태, 병어 등 질 좋은 생선이 다양하게 선보여 부족하지만 넉넉한 명절의 풍성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설 대목을 앞둔 수산시장에서는 애틋한 사연을 가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슬하에 1남1녀를 둔 박모(67)씨는 "코로나로 명절마다 자식들에게 고향에 내려오지 말라고 하지만 늘 미안하고 보고싶은 마음이 들어 선물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서대와 딸이 즐기는 조기를 구매하러 왔는데, 국내산 싱싱한 놈들로 골라가 좋은 소금에 절인 뒤 햇볕에 말려 택배로 보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상민 여수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손님이 반짝 늘어난 것이 설 명절 등 영향으로 일시적인 현상일지라도 반가운 건 사실"이라면서 "설 대목 수준은 아닐지라도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전통시장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인 코로나가 하루빨리 잠식되길 바라고,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여수=강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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