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야간업소 타격, 집콕 소비는 호황
가게 주변 주거시설 적을수록 충격타
"우리도 배달 시작" 살아남기 안간힘
"광주시, 적극적 상권 살리기 나서야"
[코로나시대, 지역상권 현장 ⑦중간점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상권.
소규모 옷가게들이 사라진 자리는 프랜차이즈 치킨집과 카페가 대신 채웠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락하자 메뉴판에 배달 판매가 쉬운 '전용 메뉴'들을 급히 추가했다고 말했다.
#동구 충장로 상권은 '호남 대표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대형상가들이 텅 비어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정모(58)씨는 "워낙 상권이 침체돼 권리금은 완전히 사라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1년 반 동안 이어지면서 광주지역 지역상권이 요동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매출감소를 경험하며 휴·폐업을 선언했지만 일부 상권과 업종은 선방하며 살아 남았다. 특히 골목 곳곳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생존 상권 조건은 '배후 주거단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광주광역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4%에 달한다.
이는 12.5%의 공실률을 보였던 2019년 4분기에 비해 0.9% 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공실률은 상권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주거시설이 적은 도심상권일수록 충격이 컸다.
한국부동산원의 '2021년 2분기 지역별 공실률' 자료를 보면, 광주 주요 상권 중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충장로·금남로 상권이었고, 전남대학교 상권이 그 뒤를 이었다.
공실률이 가장 낮은 곳은 아파트 위주의 상권이 자리잡은 서구 금호지구 상권과 북구 양산지구 상권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충장로·금남로 23.5% ▲전남대학교 18.8% ▲금호지구 4.5% ▲양산지구 4.7%의 공실률을 보였다. 광산구 송정동과 첨단1지구 상권도 각각 9%와 9.3%의 준수한 공실률을 기록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이 자제되고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도심 상권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대학교 후문 인근에서 근무했다는 재학생 박동민(25)씨는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고 자취생들도 사라지면서 배달 주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내생활 가능해야 '장사 된다'
업종별로는 간이주점, 호프전문점, 노래방 등의 타격이 컸다.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지역에서 영업 중인 간이주점은 155곳으로, 2020년 5월에 비해 33곳(17.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호프전문점과 노래방도 각각 11.2%, 5.3% 감소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야간 영업이 금지되며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이다.
반면 카페·패스트푸드점은 오히려 광주지역 내 점포 수가 늘어난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 사이 각각 19%, 15% 증가했는데, 배달과 테이크아웃 등 비대면 판매에 가능한 업종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당구장·실내스크린골프 등 실내스포츠 관련 업종도 증가했다. 당구장의 경우 지난해 5월 494곳에서 올해 5월 594곳으로 증가했으며 실내스크린골프장은 같은 기간 112개에서 139개로 늘었다. 특히 동구와 남구에서는 실내스크린골프점이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시대 변화 대처"…생존 위한 싸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상인들은 비대면 판매를 도입하거나 상권 특성화에 힘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첨단2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손모(47)씨는 "약 1년 전부터 배달 판매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무슨 국밥을 배달하냐는 생각이었는데, 주위에서 하나둘 배달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김충현 충장로 상인회장은 "상인들도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기보다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상인회가 주축으로 거리 활성화 등에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구일암 광주시 소상공인연합회 상임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의 피해를 겪고 있다"며 "특히 노래방 등 주간영업·배달이 힘든 업종의 경우 피해가 더욱 크다. 이에 단순하게 자영업자의 영업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광주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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