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내몰린 노사상생 일자리
주거 등 공동복지사업 차질 불가피
“이후 상황 장담 못해” 여지는 남겨
한국노총이 2일 노사민정 대타협을 기반으로 하는 광주형일자리에 불참하겠다며 협약파기를 공식선언했다.
광주형일자리 추진 6년여만이자 광주시가 현대자동차와 지난해 1월31일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사업 추진에 전격 합의한 지 1년2개월여 만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참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불참을 공식화함에 따라 노사상생을 근간으로 하는 광주형일자리가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내년 9월 양산을 목표로 건립 공사가 한창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자동차공장은 물론 당장 균형발전특별법상 상생형일자리를 근거로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주거 및 교통, 교육, 의료 등 공동복지 프로그램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종해 의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형일자리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추진되는 등 정치놀음으로 전락했다"며 사업 참여중단과 협약파기를 공식선언했다.
윤 의장은 "투명하지 못한 협상과 공정하지 못한 거래, 합리적이지 못한 인사 등 총제적 부실로 광주시 재정파탄과 고용참사가 예견된다"며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 3자가 한 자리에서 논의한 적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광주형일자리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고 광주시는 현대차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광주시와 현대차간의 합의를 '밀실협상'으로 규정하고 ▲협약서 공개 ▲자격미달 ㈜광주글로벌모터스 경영진 퇴진 ▲이용섭 시장 사과 등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다만 "지금 당장은 광주형일자리 참여를 포기했지만 이후 진행될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자동차공장 건립에 대해서도 방해하지는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노동계의 협약 파기 선언에 앞서 이용섭 시장은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계와 함께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며 지역노동계의 동참을 다시 한번 호소했다.
이 시장은 "오랜기간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는데 한국노총이 협약파기 선언을 예고해 참으로 당황스럽고 안타까움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면서 "광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한국경제 미래가 달려있다는 광주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하지 말고 노동계가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는 지난해 1월31일 맺었던 광주형일자리 투자협약과 상생협정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노동계에서 협약파기 이유로 내걸고 있는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투자협약에 위배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용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전달했다"며 "비공개가 원칙인 '투자협약서'도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현대차를 설득해 공개를 결정했고 사회통합일자리협의회 구성도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투자협약과 상생협정서는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체결한 것이 아니라 노사민정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새로운 의제를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모든 주체가 5년 이상 논의끝에 합의한 투자협약과 상생협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헌법과도 같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지역노동계가 기싸움을 하는 사이 ㈜광주글로벌모터스 자동차공장에 2천300억원을 투자한 34개 주주사들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날 한 주주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광주형일자리를 둘러싸고 광주시와 노동계의 마치 '소꿉장난' 같은 행태를 보면서 괜한 투자를 했다는 후회가 든다"며 "이는 신뢰가 생명인 기업간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 26일 열린 ㈜광주글로벌모터스 첫 정기 주주총회 주주간담회에서도 상당수 주주들은 "광주시와 노동계가 당초 합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를 조건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지켜지지 않는다면 투자철회 등 특단의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김대우기자 ksh430@srb.co.kr
- 강기정 시장 "행정은 투명하게, 시민사회는 신뢰로" 강기정 광주시장이 29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민관협치협의회'에 참석해 민관협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올해 첫 민관협치협의회 회의를 열고 행정과 시민사회계의 공동 대응 의제 등을 논의했다. 특히 강기정 광주시장은 "행정은 투명하게, 시민사회는 행정 신뢰"를 강조했다.광주시는 29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2024년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민관협치협의회는 지역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시가 긴밀히 소통·협력해 정책을 발굴하고 논의하는 자리다.이날 민관협치협의회는 '협치로 더 좋은 광주 만들기'를 주제로 민관협치 활성화 방안과 민주인권·이주민 분과위원회에서 제안한 5·18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왜곡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공동의장인 강 시장과 정영일 광주NGO시민재단 이사장 비롯해 민관협치 위원, 시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광주시는 민관협치협의회의 당연직 위원 외에도 전체 실국장을 참여시킴으로써 민관협치협의회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민관협치 활성화에 나섰다.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에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민관협력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민사회의 힘을 언급하며, 시민사회와 협력으로 이뤄낸 민관협치의 성과로 ▲무등산 공유화 운동 ▲민간공원 ▲5·18 등 광주정신 ▲기후위기 대응 등을 꼽았다. 또한 취임 이후 시민사회와 세 번의 끝장토론을 통해 민관협력의 의미있는 한걸음을 내딛었다고 밝혔다.강 시장은 "이런 민관협력의 성취를 이어가기 위해 주목해야 할 시민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시민은 평범한 생활인이자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려는 다양한 개성의 '나-들'이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마을만들기를 포함해 관심분야가 세분화·다양화된 소규모 단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강 시장은 "우리 행정과 민관협치협의회는 새롭게 등장한 '나-들'의 개성을 이해하고 그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와 소통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민관협력이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관계하는 방법'이 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과 시민사회가 사회라는 큰 유기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강 시장은 "지금 시민사회는 행정을 불신하고, 또 행정은 시민사회를 동원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시민사회는 행정이 처해있는 상황과 행정이 가지고 가는 큰 숲을 못 볼 수 있고, 행정은 민생의 현장과 작은 나무 하나하나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숲과 나무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 민관협력이 지향할 방향이다"고 강조했다.강기강기정 광주시장이 29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민관협치협의회'에 참석해 민관협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그러면서 강 시장은 "민관협치협의회의 일상적인 주제를 넘어서 민관협력에 대해 다소 긴 말씀을 드린 것은 민관협력과 소통을 통해 광주가 지켜지고, 더 커질 수 있다는 제 신념을 전하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행정에서는 더욱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사회는 행정을 더욱 신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공동의장인 정 이사장은 "광주시 전 실국장의 참여와 강기정 시장의 말씀을 통해 광주시가 민관협치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며 "전국의 민관협치 상당수가 명맥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의 민관협치협의회는 더 좋은 광주 만들기를 위한 협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타 지자체의 경우 민관협치 조례를 폐지하는 등 민관협치가 전국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축소되는 반면 광주는 민관협치활성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담팀(TF)운영, 분과위원회 재정비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전국적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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