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기념공간 전문가 제언

"복원보다 세대전승하는 유산으로 남겨야"

입력 2023.11.05. 17:34 조덕진 기자
③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복원의 관점, 80년 5월 집중
유산에선, 시간의 연속성 중요
80년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정신 확장성 갖추려면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한 노력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풍경,

[무등일보 특별기획] 옛 전남도청(박물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문가 제언 ③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유산의 관점에서) 5월의 숭고한 희생 이후, 남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시간에 생명을 불러일으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당연하다.

포용성으로 충만한 시민들로서 진정한 '국민 화합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복원'이라는 단선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80년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시민민주주의 정신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서 물성적 복원이라는 사업에 매몰되기보다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 10월 30일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착공식이 있었다. '소중한 기억이 모두의 희망이 되는 곳! 바로 옛 전남도청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미래의 희망으로 연결하자고 하는 목표는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이니 그 노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건축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이란 표현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건물을 복원하기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재료를 예로 들자면 1980년의 옛 전남도청 본관은 1930년 김순하 건축가에 의해 시작되고 1975년 증축된 것인데 어떻게 하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는 것일까? 건축물에 사용된 자재 가운데 단종된 경우가 대부분일 터인데 당시의 적벽돌, 시멘트, 철근, 페인트 등을 구하자면 쉬운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2002년 출발부터 완성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던 세계적 이벤트가 있었는데 다시 원형 복원을 하겠다면 그간 들인 노력은 헛수고였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만감이 교차하던 순간, 기사에 실린 복원 조감도를 보고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조감도를 보면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골 구조를 리모델링 하는 것, 본관과 양쪽 건물 사이 브릿지를 가설하는 공사가 주된 내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업 내용 중 원형복원과 제한복원이란 단어는 여전히 생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복원을 위한 고증 작업으로 2019년 3월부터 2022년 12월 최종 설계에 이르기까지 무려 1만 6천장이 넘는 사진을 수집하였고 당시 근무했던 도청 공무원과 5·18 단체 관계자 등 증언과 구술채록까지 엄청난 노력을 진행했다고 하니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다.

고증이 끝나고 '원형에 가까운 복원' 공사가 남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술적인 문제로서 철골 구조로 되어 있는 별관의 한쪽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조감도를 보면 현재의 철골이 노출된 모습 대신에 다른 편의 겉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변경하는 계획이 보인다. 외관만 재현하는 것인지 내부 공간까지 재현하는 것인지, 건물 하부에 도시 인프라와 충돌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난제가 가득해 보인다. 이 결정은 건물 이미지가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현장의 공간이나 장소가 중요한 것인지 등 복원의 방향과 내용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원형복원, 제한복원 등 구별된 단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중심에 위치한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Simon-Galerie)' 모습.

건물 정면의 겉모습만 필요하다면 입면 형태만 별도 제작해서 철골에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만약 내부 공간까지 복원하려 한다면 철골 구조를 철거하고 새로운 RC 구조의 건물을 신축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떤 방향과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새롭게 재현될 80년 당시의 입면이 과연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원형복원은 영원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건물 외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80년 당시의 분위기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서 생산되지 않는 단종된 재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구조가 변경된 실내는 과거 사진 속 모습과 모양만 비슷하다는 생각에 당혹해할 수도 있다.

이렇듯 수많은 오해를 동반하는 '복원'이란 단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더구나 '1980년 5월 당시 모습으로 복원',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 등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한 표현은 이미 지나쳐온 시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이 과거의 한 시점을 집중하는 대신에 세대를 전승하는 유산 남기기 작업이 되기를 바란다. 국가적으로도 보면 문화재보호법을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바꾸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법'에서 '국가유산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정하는 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재산(財産)적 가치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던 문화재(property) 개념을 전승(傳承)의 가치가 중요하게 된 유산(heritage)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요지라 할 수 있다. 재산이라는 말뜻이 주로 유형적 자산에 대한 소유권 등 권리에 대한 것으로 현재라는 단일 시점의 판단이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유산이란 어의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더하여 보존과 활용을 통한 지속가능성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태도라 볼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의 중심에 위치한 '제임스 시몬 갤러리(James-Simon-Galerie)'는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20여년 이상 진행한 작업으로 역사적 건축물로 둘러싸인 중간에 메인 로비 역할의 현대 건축물을 추가하는 작업을 통해 현재의 건축문화 역시 훌륭한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시절에는 단일 시점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원'의 행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산'이라는 개념을 추구하게 되면 단일 시점의 가치평가와 기준을 넘어서 시간의 연속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복원의 관점이라면 1980년 5월에 멈춰 순간에 집중하는 작업에 의미가 클 수 있지만 유산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시간을 포함하여 이후로 역경을 극복해왔던 시간들 모두 가치가 있게 된다. 5월의 숭고한 희생 이후, 남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시간에 생명을 불러일으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당연하다.

그렇다면 2002년 '문화수도' 공약으로 시작헤서 2005년 5월 18일의 국제현상공모전 역시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설계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서 건축가들은 광주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저항의 역사와 정신을 이해하는 것을 요구받았는데 전세계에서 124개팀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그들이 이해했던 광주 정신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다시 봐야 한다. 당선작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현재 모습으로 진행되었는지 경청해야 한다. 당시에도 광주는 문화적 가치와 힘을 다른 도시와 지역들로 연계하고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서 역량을 갖춘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고 광주시민이 생각하는 유일한 장소와 공간이라는 의미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가 융화된다는 포용성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포용성으로 충만한 시민들로서 진정한 '국민 화합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복원'이라는 단선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980년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시민민주주의 정신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는 물성적 복원이라는 사업에 매몰되기보다 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한 창조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장소에 집중하지 말고 세대를 통해 전승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넓은 세상을 향해 바라보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80년의 그 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희생자의 유족 그리고 광주 시민들이 지켜온 민주도시 그리고 시민정신의 가치가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왜곡 없이 전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유산 남기기를 권하는 것이다.

류성룡

고려대 건축과 교수. 고려대 우회(又晦) 주남철 교수 문하에서 수학했다. 건축 전공의 특성상 연구와 실무가 병행되어야 하고, 교육자이고 연구자라면 사회문제에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문화유산의 갈등과 해결,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공공개발 방법, AI(인공지능) 기반 한국전통건축 연구의 심화 및 확장성 등에 대해연구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수리기술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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