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들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자의 할머니는 관절염으로 몇 십년을 고생했지만 정작 기자는 할머니가 일상에서 어떤 일들에 더욱 고통을 겪는 지, 어려움을 느끼는 지 알지 못했고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관의 한 작품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지 퀴퍼스의 '티-세트 터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한 차(茶)도구 세트다. 작가에 따르면 관절염이 있는 이들에게 차 주전자에 담긴 차를 따르는 일은 상당히 고통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전자 손잡이를 없앴다. 두 손으로 주전자를 감싸 안아 따라야하기 때문에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관절염 환자들을 위한 차 도구가 그렇게 까지 충격적인 일인가' 싶겠지만 중대 질병이 아니고서야 관절염은 '고통이 큰'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말 그대로 나보다 남을 더욱 생각해야만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의 다른 작품 또한 큰 울림을 준다. 보이왕의 '햅틱스 오브 쿠킹'이다. 시각 장애인들의 일상은 불편함으로 점철돼있다. 그들은 보행할 때도 안내견에 의지해야 하고 점자를 통해 세상 일부를 읽을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요리는 난제나 다름 없을 것이다. 뜨거운 불에 달궈진 각종 도구들, 날카로운 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요리는 권하기 어려운 활동 영역이다. 그런 이들이 촉각에 의지해 안전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요리 도구가 보이왕의 작품이다.
환경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있다. 그중 김하늘의 '스택 앤 스택(인 팬데믹)'은 버려진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다. 팬데믹 시대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버려지고 있는 일회용 마스크와 환경 문제를 환기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공동체 의식이 중요해졌다. 공동체 의식은 당장 내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환경이나 타인 등 내가 아닌 타자에 대한 이해가 바탕돼야 가능하다. 특히나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혁명 속 우리는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인류애를 잃어선 안된다. 이것이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속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이 아닐까. 김혜진 취재4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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