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이 터지는 듯 했다. 썰렁하다 못해 유령도시에 온 듯 적막했던 유흥가 거리는 두달여 만에 다시 무질서로 회귀했다. 북적이는 인파 속 마스크를 턱이나 입에 걸치기만 해도 나은 편, 아예 벗어던진 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거리두기 단계 완화가 이른바 '방역 빌런(Villain·기행을 일삼는 사람을 뜻하는 유행어)'을 재탄생시켰다.
마스크만 잘 착용해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90%가량 줄어든다는 각종 연구발표에도,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던 덕분에 확진자를 제외하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도 이젠 익숙하건만 여전히 '마스크의 힘'을 간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핼러윈 데이'는 방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감염과 방역의 추적속도가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제 4·5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금이야 광주와 전남의 감염병 상황이 비교적 안정되게 관리되고 있다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 4~5월, 꽤나 평온했던 지역의 감염병 상황은 6월 말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발했다. 당시 수도권을 시작으로 대전까지 남하했던 방문판매발 감염병 상황에도 '설마 광주까지 영향을 미치겠어?'라는 방역당국과 시민들의 심리적 방심이 참사를 낳지 않았던가. 결국 광주는 7·8월 두 달에만 320여명의 확진자를 추가하며 한 때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기도 했었다.
오는 주말, 또 한 번 유흥가가 북적거릴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 대구 등 주요 도시의 클럽들은 자발적으로 휴업을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불특정 다수가 집중되는 핼러윈 축제의 특성상 완벽한 방역이 쉽지 않아 혹시 모를 감염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영업 중단에 따른 손해를 감당하겠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지역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일부 어른들의 이기심이 확산시킨 코로나19 감염세에 친구들과 교실에 앉아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 하는 것도 금지됐던 아이들이 매일 등교하기 시작한 지 고작 보름이 지났다. 또 다시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사태가 애꿎은 아이들의 피해로 이어져선 안된다. 언제든 폭발적 유행은 가능하다. 한 사람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나비효과를 염두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될 수 있었던 방역 시계를 과거로 회귀하게 했던 지난 5월 서울 이태원발 사태를 잊어선 안된다.
얼마 전 대한민국이 세계 최우수 투자처로 꼽혔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 주식전략본부장이 내놓은 평가인데, 코로나19 여파로 파도에 직면한 서방국에 비해 아시아는, 특히 한국은 팬더믹을 우수하게 대처하고 있는데다 상당한 회복력까지 보이고 있어 'top pick'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를 하려거든 한국에 하라는 말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퍽 자랑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심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경계 또 경계해야 한다. 주현정 사회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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