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부터 챙긴다. 거리에서 마주친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여름,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계절인지라 답답할 만도 한데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불편함보다 안도감이 느껴진다. 버스나 택시를 타기 위해 잠시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는 이들의 모습도 생소하지 않다. 늘 북적이던 번화가가 한적해진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밤이면 밤마다 불야성을 이뤘던 유흥가에 적막이 흐를 땐 되레 편안함마저 느낀다. 자주 가던 카페나 상점 안에 두어명 뿐일지라도 줄을 선다면 필요한 물건이라도 구매를 포기하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이듬달인 2월 4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외출이 제한됐고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실행했다. 코로나 사태 초반 엄격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5월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다소 완화된 형태로 연장 실시되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 7개월 동안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다. 이 때문에 평범했던 일상은 추억이 됐다.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기피 장소가 됐다. 정다웠던 이들과의 소소한 모임은 기약없이 미뤄졌으며 이웃과 살갑던 대화들은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전 국민이 극에 달하는 피로감과 답답함을 감내한 만큼 코로나 사태의 종식 후 삶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대다수의 국민이 소중한 일상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광주 역시 일주일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8월2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의 누적된 피로도를 해소하는 것보다 코로나 극복을 우선으로 생각한 조치로 해석된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이나 소규모 단위 피서가 이뤄지면서 캠핑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내 감염 확산 우려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동안의 노력이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 달리 계절을 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까지 내놨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기 위해서는 마지막 고삐를 죄야 할 때이다. 편집부 김현주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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