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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언제까지 청년들의 명복을 빌기만 할 것인가

@김현주 입력 2020.06.02. 11:21 수정 2020.06.04. 13:43

'거기선 라면 먹지 말고 밥 먹어', '소중한 생명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행복한 나날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도, 배고프지도 말고 행복하세요'

이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빼곡히 채운 추모글이다. 이곳은 19살 청년 김 군의 생전 일터이자 생을 마감한 장소이다. 4년 전 김 군은 홀로 안전문 정비를 하다 들어오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앞길 창창한 청년이 일하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마지막 유품으로 남긴 것이 미처 뜯지 못한 컵라면이라는 뉴스 보도는 주변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청년의 어머니는 생때같은 자식의 죽음 앞에 '차라리 라면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지' 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4년. 더는 '구의역 김군'이 나타나지 않길 모두가 바랐을 것이다. 그 바람들은 구의역 승강장에 고스란히 추모의 글로 담겼다.

김 군의 추모 글에 등장하는 이는 또 있다. 바로 김용균 씨다.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 씨 역시 2년 전 혼자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24세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구의역 김군, 김용균씨와 같은 청년들의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제도적 법규들도 일부 마련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제정된 '김용균법'이다. 또한 '페널티'를 받지 않으려 라면 먹을 시간조차 없이 혼자 일했던 김 군의 일터에서도 이를 개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그뿐이다. 구의역 김군은 장소만 달리했을 뿐 어디에나 존재했다. 광주에서도 일터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광주 광산구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홀로 일하던 중 파쇄기에 휩쓸려 사망한 고 김재순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씨의 아버지 역시 타지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부자간의 모처럼 만의 만남이 아들의 장례식장이었을 아버지의 심정은 미루어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준수했어야 할 파쇄기 주변에 사람의 접근을 막는 펜스만 설치돼 있었어도 김 씨의 인생은 달라졌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덧붙여 동료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혼자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난해 9월 정규직으로 재입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김 씨는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꿈을 키웠을지 모를 일이다.

자신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 앞에 사업주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산업 현장의 안전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제2, 제3의 구의역 김군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명복을 비는 것만으로 더 이상 충분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21대 국회에서는 보다 많은 청년들이 일터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꿈을 키울 수 있게 든든한 울타리를 세워주길 바라본다.

김현주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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