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 노우 빠던?"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야구팬들이 국내프로야구의 문화와 선수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지금쯤 올림픽 예선 경기를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각국의 야구팬들이 KBO리그를 시청하고 있다.
5월 5일 개막한 한국프로야구는 미국, 일본, 중동 등 나라에 중계된다. 그동안 미국 방송사 ESPN이 KBO에 중계권을 무료로 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어났지만,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밤에 중계권료를 지불하기로 계약되면서 각국 매체를 통해 뻗어 나가는 중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야구 종주국 미국과 한국보다 50년 일찍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일본에서 KBO가 생중계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KBO리그 개막에 열광한 것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야구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MLB의 무기한 연기로 오랫동안 야구에 목말라 있던 미국 팬들이 크게 반응했다. 그동안 국내 야구팬들은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 추신수, 강정호, 류현진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을 보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미국 야구팬들이 KBO리그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야구팬들의 경우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행동들에 주목하며 경기를 즐기기도 했다. 특히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세러머니인 이른바 '빠던'이라고 불리는 행동이다. '빠따 던지기'의 준말인 '빠던'은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이라 불린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배트 플립이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행동이라고 해서 금기시되는 비매너 플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트 플립에 대한 시각이 좀 다르다. 한국 팬들은 일종의 화려한 세러머니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KBO리그에서는 홈런이나 안타가 나오는 장면에서 타자들이 배트 플립을 하는 모습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제 막 KBO리그를 시청하게 된 해외야구팬들은 '빠던'에 대해 놀라워했다.
한국의 야구 문화를 이해한 미국 팬들은 "KBO의 화려한 배트 플립을 보고 싶다" "KBO타자들은 안타만 때려도 방망이를 던지더라" 등 다양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반면에 홈런이 나왔어도 방망이를 던지지 않으면 오히려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호쾌한 '빠던'이 나오자 즐겁게 환호를 내지르기도 했다. ESPN 중계진 역시 흥분한 목소리를 감추지 않은 채 "마침내 배트 플립이 나왔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 야구팬은 "뜬공에도 배트 플립을 하더라. MLB보다 재밌다. 한국 프로야구에 감탄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같이 한국의 '빠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중계에 나선 ESPN이 메이저리그 중계진을 섭외한 덕분이다. 중계진은 깊이 있는 해설과 다양한 인포그래픽 등을 통해 리그 역사와 문화 등을 소개해 KBO의 배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최근 KIA 타이거즈를 알게 된 뉴욕 양키즈 팬은 "KIA와 양키즈가 닮았다"며 응원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KIA와 양키즈는 최다우승을 달성한 명문 구단인데다 원정전에도 유난히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인기 구단이라는 점도 판박이다.
KIA뿐만 아니라 NC 다이노스를 응원하는 해외 팬도 생겼다. 바로 이름과 덕분이다. 미국에서 NC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줄여 부를 때 쓰인다. 이에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민은 이름이 같은 NC를 응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이노스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많은 화석이 발견되는 노스캐롤라이주에 공룡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점을 앞세웠다. NC팬은 "NC는 노스캐롤라이주 다이노스다"고 불렀다,
이처럼 KBO리그는 전 세계 야구팬들과 다양한 모습과 방법으로 가까워졌다. 심지어 '빠던'마저 문화의 일종으로 이해해줄 정도가 됐다. 이 기회 통해 KBO리그를 찾는 야구팬들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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