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사업. 일명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불리는 이 사업을 둘러싼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속기가 있는 지역들은 '집중'을, 없는 지역들은 '균형발전'을 각각 내세워 서로 '우리가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남 역시 마찬가지다. 가는 곳곳마다 '방사광가속기 호남 유치'라는 문구가 보일 정도로 유치 열기가 뜨겁다. 방사광가속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도 이제는 이름을 알 정도다.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전남을 넘어 호남의 발전에 필요한 핵심시설이자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전남으로 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다음 달 7일 과기부가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때까지 남은 2주간 더 치열한 유치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경쟁에서 전남이 불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실세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사광가속기를 충북으로 유치하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데다 평가 기준 자체가 '충북 오창'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평가 기준에도 지역 균형발전 항목이 반영돼 있지 않아 연구시설 기반 등이 취약한 전남은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유치 서명에 100만 명이 넘는 지역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지역의 열기는 뜨겁지만, 유치전을 둘러싼 환경은 차갑기만 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희망 섞인 의견도 나온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전석에 가까운 싹쓸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지역발전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으며 새롭게 국회에 입성하게 된 당선인들에게도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정부를 상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에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제는 민주당이 답을 할 때다. 총선공약으로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제시했으면 지켜야 한다. 공약을 믿은 지역민들에게 '우리 당은 공약을 지킨다'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공약이 아닌 진짜로 지키기 위해 만든 공약임을 우리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토록 부르짖었던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도 이제는 보여줄 때다.
오랜 기간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없었던 전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를 달성할 기회를 '수도권 우선·인프라 집중'이라는 케케묵은 논리로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진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다면 방사광가속기는 호남이 답이다.
도철원 정치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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