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찾는 일이 당연해졌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처럼 외출해야 할 일이 생기면 마스크부터 챙긴다. 최근 생긴 ‘마스크 챙기기’ 버릇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길에서 학교에서 또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튀는(?) 행동이 돼 버렸다.
처음에는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마스크 쓰기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써야 하는 필수가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된 지 오래다.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채 버스에 올랐다가 무심코 나온 헛기침 한 번에 모든 이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는지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마스크 챙기기’ 습관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은 밖에 날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집 밖을 나서지 않은 지 오래라고 넋두리를 쏟아냈다. 광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2월 초 이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프(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게도 감염의 공포로 인해 자의적 감금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도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문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택배기사가 그리 반가웠는데 이제는 공동현관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꺼려져 경비실에 놓고 가게 한다는 이야기까지 술술 쏟아졌다.
이 뿐 아니라 종일 코로나를 검색하는 것도 일과 중 빼 놓을 수 없는 일이 됐다. 내가 사는 지역이나 혹은 동네에서 확진자나 의심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수시로 뉴스를 검색해 관련 기사가 없어야만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22번 확진자를 비롯해 19일 16, 18번째 확진자가 잇따라 완쾌, 퇴원을 하면서 광주는 진정세에 접어드는 모양새였다.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9일 기준 대구 확진자는 16명이었으나 밤사이 10명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경북 역시 4명이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는 9명까지 불어났다.
이틀새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코로나 확진자가 35명 안팎까지 늘어난 셈이다. 추가 발생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어 지역사회내 감염 공포가 극대화 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한 달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5일)을 코 앞에 두고도 잔뜩 위축된 지역경제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개인의 건강·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고 있는 만큼 감염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말되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 과거의 일상은 되찾아야 할 것이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 · [무등의 시각] 지구의 경고, 언제까지 무시할 건가
- · [무등의 시각] 그토록 지키고 싶던 권진규의 영원
- · [무등의 시각] "주택담보대출비율 80%로 완화했지만 누가 사"
- · [무등의시각] 바보야! 문제는 설득논리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