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편집부 차장
홀어머니와 두 아들을 둔 30대 가장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를 훔쳤다. 그 옆에는 12살 아들이 있었다.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남의 물건을 손을 댄 이유는 배고픔이었다. 죄 의식보다 배고픔이 컸던 이들이 양심을 저버리고 손에 쥔 것은 겨우 우유 2개와 사과 6개, 판매액으로 따져도 돈 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인천 장발장’ 사건이다.
마치 굶주림 때문에 빵 한 조각을 훔쳐 먹었다가 19년의 옥살이를 하게 된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과 같다고 해 ‘현대판 장발장’으로 불리고 있다.
‘현대판 장발장’ 사연은 우리 사회에 흔치 않게 등장한다. 이는 우리사회에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계형 절도 사건에 뒷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인천 장발장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138만4천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었지만 4인 가족이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렇다고 이 같은 사건이 마냥 안타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담의 시작은 마트 주인이다. 절도 피해를 입은 마트 주인은 이들 부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 보상이 아닌 선처를 부탁했다. 또한 담당 경찰관은 감정 없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따뜻한 국밥으로 허기부터 달래줬다. 조용히 이 사실을 듣고 있었던 60대 남성은 20만 원이든 돈봉투를 국밥을 먹고 있던 부자의 식탁에 두고 떠났다. 아들이 돈봉투를 돌려주기 위해 뒤쫓아 갔지만 남성은 이를 거절하고 사라졌다. 이 외에도 장발장 부자를 돕고 싶다는 시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보며 누리꾼들은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사회에 불우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온정이 남아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러한 생계형 절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지원에는 시간이 걸린다.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하고 자격과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은 다르다. 보다 쉽고 빠르게 우리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기부다. 지난달 20일, 사랑의 열매 광주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희망2020나눔캠페인’에 돌입했다. 올해 지역 목표액은 지난해와 같은 98억6천100만원이다. 광주 사랑의 온도탑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100도를 달성했지만 지난해 경기불황의 여파로 85도에 그쳤다.
이웃돕기 모금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재 광주·전남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각각 36.1도, 33.7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은 모금 기간이 한달 정도 남은 점을 감안하면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 주변에도 굶주림 때문에 마트 앞을 서성이는 이웃이 있을지 모른다. 시민들의 작은 기부가 모인다면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 우리 주변을 살피는 일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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