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 쓰는 말이 있다. ‘앙꼬 없는 찐빵’이다. 앙꼬가 없으면 찐빵의 맛은 기대했던 맛보다 떨어진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지는 빵이 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잉크 없는 만연필’, ‘끈 없는 팬티’, ‘펠리페 없는 시즌MVP’ 등이 있다.
광주FC의 주포 펠리페는 득점왕을 비롯해 시즌 베스트11, MVP 등 3관왕을 차지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근 발표한 2019시즌 최우수선수(MVP), 영플레이어, 감독상, 베스트11 등 부문별 후보 중에 광주FC 펠리페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뿐만 아니라 K리그1 우승을 이끈 김도훈(울산 현대)감독과 저력을 보여준 김병수(강원FC)감독도 명단에서 탈락됐다.
이유는 올해 프로연맹에게 중징계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 시즌 연맹 상벌위원회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자 중 5경기 이상 출장정지, 혹은 600만원 이상의 벌과금 조치를 받은 자는 후보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펠리페의 경우는 600만원 이상 벌과금 조치를 받은 경우에 속한다. 지난 9월 안산 그리너스와의 K리그2 26라운드 원정전에서 후반전 판정에 대해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이후 경기장 밖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물병을 걷어차고 벤치를 주먹으로 치는 행동을 범해 제재금 7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이들이 K리그 개인상 후보에서 제외는 깜짝 놀랄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올해부터 적용된 신설 규정이다. 지난해 11월 K리그 제6차 이사회를 통해 세워진 것이다.
물론 펠리페의 잘못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수상을 기대했던 팬들과 펠리페 자신에게는 큰 상실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새 규정은 구단을 비롯해 선수들과 팬들이 알지 못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대회 규정과 정관, 요강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았던 탓이다. 적어도 새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바뀐 규정을 각 구단에게 공문으로 전달했더라면 이만한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상 규정을 강화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판정에 대한 항의와 거친 플레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욱 강화해도 찬성한다.
그렇지만 바뀐 규정을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었다.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를 원했다면 예방에 힘써야 했다. 충분히 숙지하고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전달에 노력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사후약방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유력한 MVP가 빠진 K리그 시상식은 김빠진 콜라가 됐다.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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